여수광양항만공사(YGPA)가 노사 갈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 감사팀 직원이 노조에게 전송한 카카오톡 문자가 원인이다. 공사는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YGPA 노동조합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상대로 감사를 진행했다.
YGPA 노동조합에 따르면 감사팀 직원이 노조집행부에 카톡 메시지를 보낸 것을 두고, YGPA가 고강도의 감사를 진행하면서 노사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YGPA는 지난 4월4일부터 공사 내 자회사 설립 및 자회사 인력 채용 관련 절차를 놓고 해양수산부의 감사를 받고 있다. YGPA는 지난해 말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자회사 여수광양항만관리(주)를 설립해 10개 용역업체 비정규직 직원 157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항만보안경비·청소시설관리·배후단지관리 인력이다.
문제의 발단은 공사 감사팀 직원이 5월 초 노조집행부에 보낸 카톡 ‘한 건’이다. 당시 감사팀 직원은 남철희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카톡 단체대화방으로 초대해, “A팀장과 (YGPA) 감사팀장이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해수부의 감사내용과 무관한 메시지를 보냈다. YGPA 소속의 A팀장은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해수부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으며, 자회사 설립 시 대표자가 된다. 공교롭게도 이 직원은 단체방을 개설하면서 ‘뒷담화’의 대상인 A팀장까지 초대했다.
남 위원장은 급작스러운 문자에 당황스러워 대화방을 나갔다. 하지만 해당 카톡을 보게 된 A팀장은 “(내가) 지금 해수부로부터 자회사 설립과 채용과정의 감사를 받고 있는데 (내부 직원이) 내부 정보들을 다 노조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이냐”며 “내부 고발자가 있다. 모든 사실을 방희석 사장에게 보고하겠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YGPA 감사팀은 이후 감사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23일부터 ‘직원 기강감사’에 나섰다. 해당 카톡을 보낸 직원이 그동안 자회사 설립 관련 내부 정보를 모두 노조집행부에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는 까닭이다. 감사대상자엔 카톡을 전송한 공사 감사팀 직원과 메시지를 받은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도 포함됐다. 해수부 감사 정보를 공사 감사팀 직원과 노조가 공유하고, 감사업무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명목이다.
노조 측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감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YGPA는 징계위원회나 인사위원회에서나 실시하는 문답서 작성 및 서명까지 강요하며 노조의 불만을 샀다. 진행한 문답서 작성을 두고 노조는 명백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4일 아침 출근 집회사진 / 사진자료: YGPA 남철희 노조위원장 |
남 위원장은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단순한 카톡 전송 실수인데 자꾸 (YGPA) 감사팀에서는 노조와 묶어 배후세력과 고발자를 캐내려고 한다”며 “(해당 카톡을 전송한) 감사팀 직원만 조사하면 되는 것을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까지 감사하면서 마치 노조가 조종하거나, 배후세력이 있는 것처럼 조장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노사 갈등이 심해지자 해수부 소속 공공기관 노조 대표자 협의체인 전국해양수산노동조합연합(전해노련)도 YGPA가 분쟁을 키우지 말아줄 것을 촉구했다. 전해노련은 1일 노사가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화합해 더 나은 공사를 만들어 나가길 양측에 요청했다.
전해노련 송명섭 의장은 “노사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전해노련 차원에서 사측에 공문발송과 방문 등을 통해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사측에서 더 이상 감정싸움과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말고 노조와 힘을 합쳐 공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전해노련은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와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한국어촌어항협회 한국해운조합 한국해사위험물검사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13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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