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항만이 다가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대 약 8조500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광양항은 최대 3조8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콩 HSBC은행의 기후변화 특별센터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53개 항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후변화 대응 비용은 최대 51조8500억원(4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HSBC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는 해수면 상승과 거센 폭풍을 야기해 항만 시설 파손 등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다. 각 항만당국 정부 금융권 관계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에 따른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기온 1.1~4.8℃, 해수면 0.3~0.8m 상승 시 항만 부지 고도를 높이기 위해 드는 최소·최대 비용을 산출했다.
항구별로 보면, 한국의 경우 광양항이 3조7600억원(35억6000만달러)으로 가장 높았으며 울산 2조6400억원(25억7000만달러) 부산 1조5700억원(14억8000만달러) 인천 3800억원(3억6000만달러)으로 각각 예측됐다.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아시아 항구는 최대 6조5000억원(61억5000만달러)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된 일본 치바항이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는 인도네시아 칠라차프항의 690억원(6500만달러)이다. 중국의 톈진항은 최대 1조6000억원(15억2000만달러)으로 53개 항구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24조6900억원(233억2000만달러)으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과 한국이 각각 9조95억원(85억1000만달러) 8조4600억원(79억9000만달러)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넓은 항만 면적을 보유한 중국(610㎢)이 일본(183㎢) 한국(94㎢)보다 기후변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거나 비슷했다.
보고서는 항만 면적 대비 배후부지 비율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원인으로 제기했다. 건설비 인건비가 높고 항만 내 야드보다 건설비가 비싼 건물 및 배후부지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비용이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훨씬 적은 항만 면적을 지녔지만 전체 항구 대비 배후부지 면적 비율은 17%로, 중국의 3.8%에 비해 크게 높았다. 일본도 중국보다 건설비용이 비싼 데다 항만 내 건물 및 배후부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SBC는 2016년 태풍 메란티가 대만 가오슝항을 강타해 약 34억원(320만달러)의 손실을 입힌 사례를 들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이미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HSBC는 “단기적으로 보험회사에 비용을 청구할 수는 있지만 사례가 더 늘어날 경우 보험회사에서도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지급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이 2016년 항만 확장 프로그램의 하나로 폭풍이나 해일을 막아줄 방파제를 설치하는 등 몇몇 국가는 이미 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HSBC는 아시아권 항구들이 국제 경제의 지지대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미래 위험 요소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 작성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 항구들은 2015년 기준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58%를 차지하고 100억t 이상의 해상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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