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조선사들은 극심한 수주난으로 일감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생산 중단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왔다.
중소기업에서 시작된 독(Dock) 가동 중단은 대형조선소까지 번졌다. 현대미포조선은 35만t급 건조능력의 1개 선거(船渠)를 12월까지 3개월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신규 수주량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탓에 4개 중 1개의 뱃도랑에 임시휴업 결정을 내렸다. 이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200만CGT(수정환산톤수)대가 붕괴됐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이 조선사(울산조선소)의 11월 말 현재 수주잔량은 129만5천CGT를 기록했다.
떨어진 가동률로 고정비를 줄이고자 대형조선사들도 독 가동 중단에 나섰다. 총 8개의 독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선박 진수를 끝으로 플로팅(해상) 독을 폐쇄했다. 6월 육상 1개 독 가동 중단에 이은 추가 조치다.
현대중공업 역시 군산조선소와 울산조선소에서 각각 1기 2기의 독 가동을 중단했다. 총 11기 중 3기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선거 가동 중단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올해 국내 조선업의 수주잔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11월 말 현재 수주잔량은 1583만CGT(수정환산톤수)로 1580만CGT를 기록한 우리나라를 앞지르며 전 세계 수주잔량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우리나라 일본과 비교해 2배 가량 많은 2705만CGT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조선 불황이 계속되자 금융기관이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을 꺼려 모처럼의 수주실적을 날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RG는 조선사가 파산하거나 배를 제때 건조하지 못했을 때 선주가 조선사에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는 지급 보증이다. 금융권에서 RG 발급을 원할히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대형조선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이후 금융기관들은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RG 발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RG 발급이 막힌다는 건 수주량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내 중소조선사들의 존폐를 좌우한다. 현재 눈앞에 있는 건조계약을 놓치면 당장 내년에 건조 물량이 없는 조선소가 수두룩했다. 올해 4월까지 은행권의 중소조선사 대상 RG발행은 전체 실적의 단 1%에 불과했다. 지역사회는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등의 RG발급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기업들의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한 정부는 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조선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올해 3월 유동성 고갈로 벼랑 끝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 2015년 10월 4조2000억원을 투입한지 1년 반도 안 돼 또다시 자금을 지원하며 무려 7조원을 공급하게 됐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정상화 중단 시 국가 경제적으로 최대 59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협력업체 1300여개의 연쇄도산 등으로 인한 조선업 생태계 붕괴, 대규모 선수금 환급청구(RG Call) 및 추가 충당금 적립부담(약 14조원), 지역경제 침체 등을 계량화한 수치다. 따라서 국가경제 손실 위험 최소화를 위해 정상화를 지속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게 금융당국 측의 견해다.
RG발급 거부로 존폐 기로에 선 중소조선사들을 살리기 위한 방안도 나왔다. 정부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에서 발급하는 RG에 대해 4년간 1000억원을 특별보증하는 형태로 중소조선사를 지원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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