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께 시스템이 상황 인식과 선박 제어를 전담하고 선원은 이상상황에서만 개입하는 구조의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다.
21일 해양산업총연합회와 선주협회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마리타임코리아포럼에서 한국선급 이정기 회장은 “미래선박을 5단계로 구분했을 때 현재의 기술은 시스템이 상황인식을 하고 선원이 판단해 제어하는 2단계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2030년대에 최소 선원이 승선하는 4단계에 들어서고 마지막 5단계가 되면 선원이 전혀 타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운항하는 자율운항선박의 시대가 등장한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은 “배 스스로 자동운항하고 이상 상황에 대응해 운영비용(OPEX)을 절감토록 하는 게 자율운항선박의 핵심 기술이자 최종 목표”라고 정의했다.
그는 3000TEU급 자율운항 컨테이너선의 경우 선가는 1.5배 늘어나지만 운영비는 10~20%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다. 운항선원 4명이 탄다고 가정했을 때 선원 거주구역이 없어 화물을 3100TEU까지 실을 수 있는 데다 선박 사용연한인 20년간 절감하는 인건비 규모는 20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선원보험료도 60% 가량 아낄 수 있다.
대신 고가의 자동화 장비를 사용하는 탓에 연간 유지비가 5억~10억원 가량 더 들고 선체보험료도 최대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노르웨이 비료기업인 야라(Yara)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자율운항선박 기술로 평가된다.
야라는 곡물의 육상 운반을 해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선박자동화시스템 기업인 콩스베르그와 손잡고 1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을 자율운항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야라버클랜드>(Yara Birkeland)로 이름 붙은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선박은 2018년 하반기에 인도된 뒤 원격조종테스트를 거쳐 2020년에 완전 자율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100% 전기로 운항하며 하역을 인력 없이 컴퓨터시스템으로만 하게 된다. 야라는 신형 선박 가격이 기존 선박의 3배 수준인 2500만달러에 달하지만 연료와 선원 급여 등의 운항비를 90%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5년 57억달러였던 자율운항선박 시장이 2025년엔 155억달러로 성장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완전자율운항선박 시장 연평균 증가율은 57%에 달해 부분 자율운항선박 시장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에서 가장 큰 시장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소들도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경제운항과 안전운항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선박 운항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은 이미 개발을 마친 상태다.
이날 포럼엔 해양산업총연합회 이윤재 회장을 비롯해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 해운업계 임직원, 해양 단체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윤재 회장은 개회사에서 “정부와 해운 연관산업이 뭉쳐 제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여 국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한다”고 말했다.
정인화 의원은 축사를 통해 “해운산업 발전을 위해 선원연금 및 해운법 관련 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해양진흥공사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마리타임 코리아 포럼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의정활동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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