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간 부두운영사인 단둥항그룹(DPG)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국가가 주도하는 부두운영을 민간기업인 DPG가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는 평가다. 시장은 DPG가 발행한 채권을 신뢰하지 못해 결국 디폴트로 내몰았다. 일각에선 DPG의 왕웬리앙 회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눈에 거슬린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DPG가 10억위안(1억5100만달러)의 채권을 상환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결국 디폴트 절차를 밟았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지역과 북한의 접경에 위치한 단둥(丹東)항은 지난해 20피트짜리 컨테이너박스 200만개(TEU)를 처리하며 세계 81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처리 화물은 25%가 컨테이너, 60% 이상은 드라이벌크다.
DPG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76.1%로 주요 국영 부두운영사 대비 10% 이상 높았다. 또 400억위안 이상의 빚과 무상환채권을 제외한 70억위안의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70억위안 중 24억위안은 내년 1분기까지 갚아야 한다. 여기에 48억위안의 중단기 대출 빚도 남아있다. DPG로선 은행대출 외엔 마땅한 자금조달원이 사라졌다. 랴오닝시정부가 DPG의 백기사 노릇을 할 수 있지만 지난 6월 국영기업인 차이나머천트포트홀딩스(CMPH)를 구조조정한 이력이 있어 가능성은 낮다.
시정부는 CMPH와 부두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대다수 지분을 하나의 독립체인 CMPH에 몰아줬다. 물론 국영 부두운영사도 추가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지역간 과도한 경쟁과 신규시설 확충 등의 문제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놓여있다. 주요 국영 운영사의 지난해 평균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60%를 넘나들었다.
DPG의 왕 회장이 국내외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시진핑 주석과의 사이가 틀어진 게 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왕 회장은 리린건설그룹의 회장으로 DPG의 최대주주이면서 중국 최대 부호 중 한 명이다.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왕 회장은 랴오닝지역 주요 12명 의원 중 한 명으로 지난해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인민당회의에서 투표매수 스캔들에 휩싸여 요주의 인물로 찍혀있다. 그런가하면 미국 클린턴재단과 버지니아주지사인 테리맥컬리프 캠프에 정치적 자금줄 역할을 해온 사실이 민주당캠프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시 주석으로선 왕 회장의 행보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DPG가 CMPH에 매각되면서 왕 회장은 DPG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DPG 측은 왕 회장의 사임에 “건강상 문제로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밝혔다. 로이즈리스트는 “하역업과 같은 직접투자산업은 장기투자가 필요하고,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는 이상 중국에서 민간업자로 살아남기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