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중견조선사들이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는 채권단의 태도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RG 발급까지 계속 미뤄지고 있는 탓에 중소조선사들은 운영비 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 STX조선해양이 1년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자 실사에 들어갔다. 비슷한 시기에 성동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도 실사에 돌입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2달 이내에 실사 보고서가 나와야 하지만 채권단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조선사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채권단의 발표가 늦어지며 자연스레 RG발급도 미뤄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최근 고비의 순간을 가까스로 넘겼다. 당초 10월31일 마감될 예정이었던 RG 발급기한이 11월23일까지 연장된 것. 발주처는 조선소의 요청을 받아들여 데드라인을 늦췄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11월23일까지 조선사에 RG 발급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아직도 RG 발급이 이뤄지지 않은 선박이 7척에 달한다. 수주잔량 21척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사회까지 나서 채권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중형조선소 생존을 위해 RG발급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노동계 역시 상경투쟁을 감행하며 중형조선소 회생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의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중견조선사들의 야드 운용 비용은 늘어만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력과 장비가 쉴 틈 없이 운용돼야 고정비와 간접비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감이 바닥나게 되면 이익은커녕 적자만 불어나게 된다. 일을 하지 않아도 일정 이상의 급여를 줘야 한다. 하청업체도 워낙 많다보니 운영비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정밀 실사를 통해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하고 사업 구조조정, 수주 합리화, 인적 구조조정 등을 실행할 경우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4530억원을 지원하고 STX조선을 중소 특화조선소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실사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라는 게 궁금하거나 부족한 내용을 제대로 충족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하나라도 보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사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경남도는 중견조선사들의 정상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RG 발급에 대해 정부와 금융권에 강력히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에 대한 RG발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이 정말 어렵게 된다”며 “정부와 채권단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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