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황 침체로 일감 절벽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발주량 증가에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건조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수주잔고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국내 벌크선사와 글로벌 해운사들이 대형선박 건조를 한국 조선소에 맡긴 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대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이 증가한 덕에 국내 조선시장의 수주잔고도 2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9월 그룹별 수주잔량 부문에서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일감을 한달새 666만8천CGT(수정환산톤수)에서 682만2천CGT로 늘리는데 성공했다. 9월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32만5천t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수주한 게 실적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8월 600만CGT선이 붕괴된 대우조선해양 역시 한달새 637만5천CGT로 수주잔량을 확대하며 선두인 현대중공업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일본 이마바리조선에 밀리며 4위를 기록 중인 삼성중공업도 332만CGT를 기록, 일감을 20만CGT 가량 늘렸다. 스위스 해운사 MSC는 이 두 조선사에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총 11척을 발주한 바 있다.
국내 대형조선사들이 일감을 늘린 반면, 몇몇 해외기업들은 그렇지 못했다. 3위 이마바리조선은 466만3천CGT→461만CGT를, 5위 핀칸티에리는 319만9천CGT→317만7천CGT로 일감이 한달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양쯔장홀딩스 역시 257만3천CGT를 기록하며 일감이 감소했다. 반면 메이어넵튠과 코스코쉬핑인터내셔널 등은 일감이 307만5천CGT 273만6천CGT로 수주잔량을 각각 확대했다.
국가별 수주잔량에서는 중국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9월 말 수주잔량은 1665만CGT를 기록, 8월 말 1596만CGT 대비 약 69만CGT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수주잔량이 전달에 비해 증가한 건 2015년 10월 이후 23개월만이다. 중국은 2590만CGT를, 일본은 1608만CGT의 수주잔량을 기록했다.
월간 발주량 또한 올 들어 최대 규모를 보였다. 9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96만CGT(71척)로 집계됐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 가량인 49.2%(146만CGT·26척)를 독식하며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의 9월 수주실적 26척은 컨테이너선 11척, VLOC 10척, VLCC(초대형유조선) 5척 등이다. 중국은 89만CGT(21척), 일본은 26만CGT(12척)로 뒤를 이었다.
1~9월 전 세계 발주량은 1593만CGT(573척)로 전년 동기 979만CGT(438척) 대비 614만CGT 증가했다. 중국이 509만CGT(217척) 기록,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인 한국 504만CGT(133척)보다 5만CGT 가량 더 많이 수주했다. 같은 기간 일본은 147만CGT(76척)을 수주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