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면 100% 할인”
방송인 김생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영수증’에서 나온 어록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과잉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청취자들은 자신의 소비습관을 자체검열하고 나섰으며, 씀씀이를 줄이고 조금씩 적금을 붓는 이들도 증가했다. 만약 과잉소비가 근절되고 적정소비가 확산되면, 물류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우리 실생활에 꼭 필요한 ‘의(衣)’를 중심으로 소비 변화에 따른 물류의 업무 변화를 살펴봤다.
‘못’ 팔면, 물류센터 업무량↑
의류 판매가 줄면 물류센터의 재고는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각 계절별로 매년 바뀌는 패션 트렌드와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신상품을 출시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매장에 진열돼 있는 재고는 물류센터로 반품된다. 이 작업은 ‘물류’에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의류 판매율 감소로 재고가 폭등한 실제 사례도 있다. 한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고가 ‘아웃도어’가 유행처럼 번져, ‘등골 브레이커(고가의 의류를 사주려면 부모의 등골이 휜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불티나게 팔렸던 적이 있다. 당시 아웃도어 업체는 호황을 맞아 생산량을 늘렸지만, 결론적으로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아웃도어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서 판매율이 급감한 것. 결국 재고는 물류센터로 다시 돌아왔다. 의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천시에 물류센터를 둔 A사의 경우 한 시즌 반품량이 150만장에 달하며, 지금도 하이랙 2314㎡(700평) 규모에 패딩이 쌓여 있는 실정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반품물류가 상당히 어렵다. 사업부 입장에서는 경비를 절감해야 하니까 실적이 떨어지면 물류비 절감을 요구하는데, 반품이 늘면 물류센터의 업무량은 오히려 증가한다”며 “경영진이 이러한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면 실무자의 입장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매장에서 반품공지가 오면, 물류센터로 반품입고가 이뤄지고 반품검수가 진행된다. 검수는 품목에 따라 수기, 스캐너, PDA로 이뤄진다. 검수가 완료되면 반품전표를 부착하고, 다시 아이템의 종류, 스타일, 컬러나 사이즈에 따라 분류작업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적재와 수불체크를 거쳐, 분배작업이 진행된다. 분배는 수기출고, DAS출고, 소터출고로 이뤄진다. 특히 반품물류는 물류센터로 반품돼 재분류, 수선, 폐기, 등급별 구분 보관 또는 매장으로 반송되기 때문에 시즌 반품시 상품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판매율 50%, 수익률은 ‘제로베이스’
의류업계 관계자는 판매율 50%를 넘겨도 수익률이 ‘제로베이스’라고 한탄한다. 또한 대부분의 의류업체가 제로베이스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판매율 저조에 따른 물류비 절감 압박은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제품의 원가는 25~30% 수준이고, 백화점 유통 수수료는 30~40% 정도다. 여기다 물류비용을 제외하면 수익률이 높아야 3~4% 정도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 30~40%의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으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장을 운영하는 실정이란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주문은 온라인으로 한다. 일부 백화점 매장은 고객에게 온라인과 같은 금액으로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LG패션의 경우 아예 온라인을 전문적으로 키우려고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변화하는 고객의 성향에 발맞춰 의류물류의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풀필먼트(fulfillment) 기능을 갖추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자동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최근 수도권 인근 지역의 인력수급이 어려운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물류비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산업의 동향은 너무 빠르게 앞서가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해결해야 할 사항은 많은데 자금은 부족하고, 중간 실무자로서 안타까운 심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 일부 브랜드는 동대문과 남대문 시장에서 제품 주문을 넣고, 브랜드 로고와 라벨만 부착해서 판매하는 상황이다. 고객의 반응을 보고 판매율이 높은 상품을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트렌드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자체적으로 기획과 생산을 하는 것보다 시장반응은 더 좋은 편이지만, 품질은 다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은 시장이 혼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의류업계, RFID 도입 가능성↑
의류물류는 앞으로 5년 내 ‘RFID’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RFID 태그 가격은 5년 전만해도 1천원에 달했으나, 최근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RFID 도입에 따른 원가상승을 우려했던 업체들도 이제는 도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RFID는 기존에 사용하는 바코드에 비해 여러 면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다. C사에서 분석한 연간 반품량에 따른 효율분석을 보면, 박스 하나를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바코드 4분24초인데 반해, RFID는 29초다. 검수박스는 바코드 95박스, RFID 869박스다. 리드타임은 바코드는 9103시간, RFID는 995시간이다. RFID를 도입할 경우 비용은 약 823% 절감되고, 보관효율은 816% 증가한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RFID를 도입하면 재고자산에 투명성이 강화되고, 리드타임이 대폭 줄어든다”며 “의류업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고 표현할 만큼, RFID 도입에 따른 효익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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