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09:52

울산항 오일허브사업 市도 힘 싣는다

석유대체연료사업법 통과 후 오일허브 사업 순항
“유가변동·석유시장 변화 분석해 대비책 마련해야”

울산항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에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이 통과돼 울산항에서도 고부가가치 석유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사우스루이지애나에 이어 세계 4대 액체항만으로 불리는 울산항은 오일허브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울산항만공사(UPA)와 한국석유공사가 협업하고 있다.

UPA·석유公 맞손

UPA는 접안시설 부두 및 하부 기반시설을 조성을 전담하고, 한국석유공사는 상부시설 투자자 구성 및 운영을 맡는다. 이미 UPA는 부지 30만3000㎡의 1단계 북항사업에 접안시설 6선석(6만t 3선석, 3만t 1선석, 1만t 1선석, 돌핀 12만t 1기) 하부공사를 지난 6월 마쳤다. 약 6649억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9년께 완공될 예정으로 약 813만배럴의 석유류를 처리할 예정이다.

2단계 남항사업은 지난 6월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사 결과에 따라 오는 2019~2026년 본격 추진된다. 이 사업은 부지 38만2000㎡에 접안시설 20만t급 2선석이 조성된다. 투자금액은 약 1조785억원으로 1600만배럴의 석유류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UPA는 추가 석유류를 처리할 수 있는 상업용 저장시설을 2026년까지 증설해 총 4750만배럴의 저장능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프라도 구축되고 당장 시급했던 석대법도 마련됐지만 최근 급변하는 세계 석유시장을 대비해 오일허브 사업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울산시는 최근 국내외 석유산업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추진 방안 연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구용역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맡을 예정으로 지난 10여년간 석유시장 변화를 분석·예측해 오일허브 사업 추진방향을 점검하고 향후 발전전략을 모색할 방침이다.

연구내용은 오일허브 사업의 추진경과 및 현황, 국제 석유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석유수급 환경 및 정책변화에 따른 석유시장의 변화 등이 주요 골자다. 또 울산에 유치 가능한 석유 물동량을 예측해 오일허브 사업 추진전략을 개선할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1월 중간보고회를 거쳐 내년 2월까지 연구를 마칠 계획이다.

세계 원유시장, 저유가·공급과잉에 불확실성↑

이번 연구용역의 핵심은 세계 유가동향에 따른 울산항의 대응책 마련이다. 최근 세계 원유시장은 오랜 공급과잉과 미국발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저유가가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원유수입 대부분을 책임지는 울산항으로선 유가 변동에 따른 물동량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 유가 변동이 심하면 민간 정유업체의 원유 수요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울산항의 물동량이 연쇄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원유를 전량 수입한 뒤 이를 정제·가공해 전 세계로 석유화물을 역수출하는 우리나라로선 유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석유화학이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석유소비량 수준도 상당하다. 영국의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유소비량은 지난 2015년 기준 일일 246만배럴로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석유소비량이 상당하지만 원유확보율이 타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낮고 특정 국가에 수입의존도가 높아 석유위기 대응력이 부족한 게 흠으로 지적된다. 특히 우리나라 원유의 대부분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아시아 지역 원유공급을 책임지며 국내 수입 원유의 약 80%를 차지하는 등 국내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공급원으로 떠오른 미국산 셰일가스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원유시장이 새로운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에서 발견된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로 1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 자원이다. 셰일가스의 여파로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리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에너지패권이 무너지면서 원유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여파는 유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두바이유는 지난 2008년 7월 배럴당 131.22달러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세계금융위기에 시달리던 다음해 12월 배럴당 41달러까지 급전직하했다. 그 이후 회복세에 접어들며 상승곡선을 그리던 두바이유 가격은 2012년 배럴당 122.28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 1월 25.56달러까지 다시 급락했다. 미국의 원유업체들이 수압파쇄, 수평시추법 등을 무기로 셰일가스 개발에 나섰기 때문.

등락을 거듭하던 두바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논의가 기촉제로 작용돼 8월29일 현재 배럴당 50.23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새롭게 떠오른 셰일가스가 기존 유전시장을 대체할 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중소 원유업체들은 셰일오일 시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통 유전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셰일가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르지만 전통적인 유전사업이 건재해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변수는 안정적인 유가전망과 수급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오일허브 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번 연구는 시 차원에서 자체 추진하는 사업으로 기존 자료를 개정하기 위해 추진하게 됐다”며 “시에서 가진 지난 10여년의 자료를 보면 최근의 유가시장과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대책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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