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원양선사 현대상선과 싱가포르 PSA의 부산신항 부두 이용 재계약 협상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해운항만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PSA는 하역요율 인하를 전제로 최대한의 물동량을 PSA HPNT(현대부산신항만)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의 계약조건 변경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PSA측과 맺은 부두 매매 계약에 따라 최소 의무 물량인 70만TEU를 2023년까지 PSA HPNT에서 처리해야 한다. 부산신항 타부두 이용이나 국내 부두 인수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
하역료도 경쟁 부두보다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30% 가량 높게 책정하는 한편 물량에 상관없이 매년 일정한 수준으로 인상토록 했다. 현대상선이 올해 150만개의 물동량을 HPNT에서 처리할 경우 3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재무적 어려움에 비용 감축이 절실한 현대상선으로선 하역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으로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졌지만 손실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처지다.
현대상선은 일부 할인된 합리적인 요율을 PSA가 수용할 경우 최대한의 물동량을 PSA HPNT에서 처리한다는 내용으로 조건 변경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 농사’나 다름없는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그룹) 유치에 실패한 PSA HPNT에게도 이 같은 제안은 긍정적이다. 하역단가가 일부 인하되긴 하지만 물동량을 많이 늘려 외형성장을 꾀할 수 있다. PSA HPNT는 지난해 232만2000TEU를 처리했다. 현대상선이 최대한의 물량을 몰아줄 경우 지난해에 버금가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최소 물량인 70만TEU만 부산신항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PSA가 제시한 요율의 절반 가격으로도 중화권 항만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항만공사의 올해 목표 물동량인 2000만TEU 달성도 어렵게 된다.
부산항 연관 산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령 1만3000TEU급 선박 한 척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도선료 컨테이너 고정(래싱)비 정박료 등 약 4억60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주항로로 떠나는 선박은 연료 급유 비용으로만 약 20억원을 항구에서 쓴다. 현대상선과 PSA의 사적 계약관계로 발생한 문제지만 선박이 항구를 떠나면 부산항의 경제적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PSA측과 적절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처리 물동량 증가로 PSA에도 호재가 될 것이고, 부산신항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PSA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협상을 잘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