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선사가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그룹)보다 부두 운영사(TOC)와의 하역료 계약에서 더 큰 협상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허치슨포트홀딩스(HPH) 게리 임 최고 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리타임위크 2017’에서 합병 후 통합한 선사가 얼라이언스보다 하역요율 협상력을 갖춰 TOC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이언스는 TOC에 정해진 요율을 지불하는 데 반해 통합한 선사는 요율을 낮출 수 있는 협상력이 있기 때문이다. 임 CEO는 “얼라이언스가 협상력을 더 갖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독점규제법에 따라 선사들이 TOC를 압박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며 “불확실하지만 하역료 인하 압박은 얼라이언스가 아닌 인수합병을 거친 선사들로부터 올 것”이라고 말했다.
얼라이언스 하역요율은 많은 선사가 이해관계자로 있어 책정하는 데 제한적이다. 그는 “TOC로선 얼라이언스가 요율을 제시하면 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반면, 통합한 선사가 협상장에 오면 하역요율은 바로 압박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프랑스 선사 CMA CGM이 APL을 인수한 이후 하역요율에서 협상력을 갖게 된 점을 예시로 들었다. CMA CGM이 APL을 인수하면서 CMA CGM이 기존 하역료와 APL의 하역료를 저울질 할 수 있었고, 각 화물마다 최저가의 하역요율을 선택했다는 것. 두 선사는 모두 허치슨과 거래하는 주요 선사로 개별 선사에 책정한 요율보다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옌톈과 홍콩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갖춘 허치슨포트홀딩스는 각 항만에서 선사 별로 운임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옌톈은 미국과 유럽향 수출물량에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갖추고 있어, 두 항로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면 현재의 하역요율을 잘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초대형 선박들이 속속 배선되면서 허치슨포트홀딩스는 기존보다 더 높은 하역요율을 책정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2년 내로 1만4000TEU급 선박이 절반가량 늘어날 것이며 이 선박들은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을 물색할 것”이라며 “허치슨 옌텐부두는 이러한 초대형선박을 맞이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하역요율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선사들의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며 선사들이 인상된 고시요율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사의 부두 투자가 정답 아니다
임 CEO는 선사의 자가 부두 운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항만업계 일각에선 CMA CGM의 싱가포르항 합작투자를 사례로 들며 선사의 항만사업 진출을 밝게 보고 있다.
컨테이너수송 분석기관인 CTI컨설턴시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은 연간 180만TEU(14%)의 화물을 싱가포르항에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CMA CGM과 오션얼라이언스가 물류허브를 싱가포르로 이전시켜서다. PSA가 CMA CGM과 부두사업을 공동투자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선사와 부두운영사가 공동투자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임 CEO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 선사들이 투자한 부두는 얼라이언스 회원 선사들의 기항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노렸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선사로선 이들 부두가 효율성 비용 위치 면에서 최적의 부두가 아닐 경우 기항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임 CEO는 지적했다.
또 얼라이언스 구성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회원 선사와 서비스 노선 변경으로 유럽계 항만들은 상당한 물동량 손실을 입었다. 그는 “TOC가 하역서비스 위치 비용 처리능력에서 타 부두 대비 강점을 보이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선사와의 공동투자보다 이익공유협정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TOC의 환적항 사업에 대해선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상하이항이나 선전항과 같은 관문항만은 지역 수출입업자의 상당한 물동량이 기본으로 있지만, 환적항만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어려워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그는 “요즘의 항만 투자 사업은 물동량 비중이 기본적인 고려 요소로, 순수하게 환적물동량일 경우, 위험도는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투자 잠재력이 있는 환적허브는 자체화물로만 80%를 우선적으로 갖춘 관문항이어야 환적물동량을 늘리기에 훨씬 수월하다는 것. 중국 선전에 있는 허치슨 옌톈부두가 자체화물 80%를 갖춘 대표적인 부두다. 또 TOC가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환적부두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면서 환적화물의 요율 인하 압박도 심화되고 있다. 선사와 얼라이언스가 대형화되면서 상당한 물량을 확보해 TOC에 할인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환적항만은 관문항과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불필요하고, 손실이 있는 선사에 비용을 대주기까지 한다”며 “이들 선사는 비용절감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들이 처리하는 환적물동량 변화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임 CEO는 “얼라이언스가 서비스 재편에 나서면서 홍콩항의 환적 기항도 줄어들었지만 항로 서비스별 물동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체적인 환적물동량은 잘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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