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중국의 해무가 선사들의 스케줄 정시성을 크게 늦추고 있다. 4월부터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선박까지 몰리면서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일부 물류기업들은 선사교체까지 검토하고 있다. 중국 항만의 체선에 국내 물류기업과 부산항에도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
외신 및 물류업계에 따르면 심한 해무와 함께 대형화된 선박이 상하이 양산항에 대거 몰리면서 100척이 넘는 컨테이너선들이 항만 근처에서 입항을 대기하고 있다. 해무는 4월 초부터 북중국에서 매년 일어나는 현상으로 선박들의 입출항을 지연시키는 주범이다. 상하이항운그룹(SIPG)은 해무에 따른 입항 지연으로 머스크라인의 일부 선박을 양산항 대신 상하이시의 다른 부두로 입항시켰다.
신규 얼라이언스 체제 아래 대형화된 선박들이 양산항에 몰리고 있는 점도 항만 체선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화계 물류기업들은 얼라이언스가 재편된 4월 이전에 선복을 사전 확보하기 위해 선적 예약을 대거 했지만 막상 제 날짜에 컨테이너가 적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의 주요 화주들은 중국 항만의 체선현상이 칭다오항에도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물류기업들도 양산항의 체선 현상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동서항로를 기항하는 선박들의 부산항 입항이 안개의 영향으로 최근 3~4일씩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기일이 중요한 화물을 선적해야 하는 포워더는 더 조급할 수밖에 없다. 중화권 선사들이 중국이나 대만 항만에 오래 머물다 보니 기항 일정상 부산항에 화물을 내리기만 하고 곧장 출항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3~4일씩 부산항 기항이 늦어져도 선박들이 최고속력으로 운항해 도착지엔 평균 하루 늦게 도착하고 있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중화권 선사는 자국 화주들을 중시하다 보니, 한국 화주들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4~5일 최대 1주일씩 부산항 입항이 늦어졌다”고 전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에 CKD(반조립제품)화물을 납품하는 포워더는 입장이 더 난처한 상황이다. 통상 부산항에서 미국 서배너까지 22~24일의 운송기간이 걸린다. 부산항에서 출항이 3~4일씩 늦어지면 현지 통관을 포함해 한 달에 가까운 물류시간이 소요돼 자칫 납기일을 못 맞출 수도 있다. CKD화물은 생산계획에 따라 납기일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정시성이 중요하다.
그렇다보니 일부 포워더 관계자들은 웃돈을 줘서라도 국적선사에 화물 선적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항만의 체선 현상에 개의치 않고 부산항에서 제 일정에 출항하는 선사는 국적선사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해무로 정체현상이 상당할뿐더러 중국발 화물이 워낙 많다보니 중국에서 선박이 다 차지 않으면 선박들은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한진해운 사태 이후 정시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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