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한진해운 인수 차질…대한해운 주총서 부결

SM(삼라마이다스)그룹의 한진해운 영업권 인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대한해운은 3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사옥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진해운 미주 및 아주항로 영업권 인수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인수를 찬성한 주주는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반대를 표명한 주주들은 부정기선 전문기업인 대한해운의 정기선 인수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당초 대한해운 주총에서 인수건을 의결한 뒤 5일 잔금을 치르고 거래를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었다.

SM그룹은 신설 법인의 이름을 SM상선으로 결정하고 지난달 13일 설립 등기를 마쳤다. 대한해운 김칠봉 사장이 대표이사,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국종진 기획담당 상무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최근 독일 선주사로부터 1100TEU급 컨테이너선 <퍼라>호를 45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서비스 출범의 구체적인 윤곽을 그렸다. 계약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던 4000TEU급 선박 4척은 막판에 도입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 측은 현재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1000TEU에서 6000TEU에 이르는 컨테이너선 20척을 검선 중이다.

중국 현지법인에서 발생한 1000억원의 우발채무를 배경으로 어제(2일) 인수금액을 95억원 할인한 것도 주총 의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대한해운은 한진해운 영업권 양수 금액을 370억원에서 275억4600만원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해외 우발채무를 회피하기 위해 한진해운의 해외 법인들을 청산하는 대신 새롭게 출범하는 SM상선에서 직접 법인을 설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치른 입찰보증금 5억 및 계약금 37억원을 빼면 대한해운이 지급해야하는 잔금은 238억46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인수 대상도 한진해운 태평양노선 관련 영업 및 운영고객관리정보와 홍콩 소재 자회사, 물류운영시스템 등의 물적 자산 및 관련 인적 조직 등을 포함한 사업,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항권, 한국근해수송협의회 항권으로 변경했다.

해외 조직 인수 대상이 종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지역 7개국 소재 자회사에서 큰 폭으로 축소됐다. 해외 법인 282명은 승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육상직원 승계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293명에서 284명으로 줄어들었다. 타 선사 이탈 등이 이유다.

기존 계약 내용엔 없었던 한중항로(황해정기선사협의회)와 한일항로(한국근해수송협의회) 노선 인수를 구체화했다.

SM그룹은 계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한진해운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대한해운을 통한 한진해운 인수가 물거품이 됐지만 계약서 상에 대한해운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될 경우 SPC를 통해 인수를 추진한다는 조항이 있어서 문제될 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잔금 지급 일정 등은 법원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