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정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진작가로 돌아왔다. 최 전 장관은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변현우 세계유산 사진작가와 2인전을 열었다. 바로 ‘동해 끝 섬 독도사진전’.
최 전 장관은 독도를 여행하면서 찍은 30점의 사진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는 행사 기간 중 기자와 만나 사진작가로 새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와 독도사진전을 갖게 된 계기 등을 진솔하게 전했다.
아울러 한진해운을 법정관리(회생절차)로 보낸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 전 장관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바다의 ‘바’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진해운에 칼질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Q. 독도 사진전을 개최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바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독도다. 제가 바다(와 관련된 곳)에서 일하지 않았나? 일할 때부터 독도를 자주 갔다. 해양문화재단에서 일했을 때까지 합치면 서른 번 정도 갔다. 사진을 배우면서 독도를 담아볼까 고민했다.
작년에 사진을 배우면서 변현우 작가와 독도에 가서 1박을 했는데, 한번 전시를 해야겠다고 의기투합했다.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서 독도에서 자고 살고 하는 걸 담아보자고 해서 5번 정도 가서 숙박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Q. 공무원 출신이 사진전을 개최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전부터 여행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간간히 찍었다. 직장을 관두고 시간이 많지 않나? 사진이라는 게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같이도 할 수 있다. 많이 걷고 자연을 벗하면서 카메라 앵글에 담아냈다.
뭔가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이다. 취미로 하다가 작가로 한번 가보자는 결심을 했다. 전국 공모전 30회 이상 입선을 해야 작가로 등록할 수 있다.
전국을 다니며 사진을 찍어서 내고 하면서 많이 배웠다. 사진작가가 되는 길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에 많이 담았다. 그러면서 올해 5월에 정식 작가로 등록되고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산하 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됐다.
작가도 2가지 종류가 있다. 업으로 하는 프로작가들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먹고 살자고 하는 건 아니다. 하나의 취미다. 취미라고 하면 마음은 편하지만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생각도 들더라.
사진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변화무쌍하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전문작가들이 많이 도와주고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여러 가지 배우는 게 좋은 것 같다.
Q. 한국과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일본 작가는 허가를 받기 전엔 독도를 찍을 수 없다. 한국 작가들은 마음대로 갈 수 있지 않나? 한국 땅이란 건 누가 뭐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한테 뺏긴다? 우리 국민들이 지키는 한 뺏길 수 없다.
영토 문제에선 중요한 게 현재 누가 주권을 행사하고 있느냐다. 독도의 경우 우리나라 주권이 100% 행사되고 있다. 일본의 주권은 0%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독도를 뺏긴다는 건 국가를 뺏긴다는 차원이다. 그런 세상은 안 오겠지.
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이 제소한다고 하는데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한국이 동의해야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갈 수 있다. 영토문제로 일본 혼자 간다고 하는데 전부 거짓말이다. 가는 순간 요건 미비로 바로 반려된다.
옛날에 일본 본토가 한국 땅이었다, 대마도가 한국 땅이었다고 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 가자고 하면 일본이 가겠나? 독도도 100% 우리 땅이니까 안 간다는 거다. 우리가 자신 없어서, 거기(국제사법재판소)에 일본인 재판관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는데, 아니다. 우리 땅이니까 우리가 즐기고 가보고 사랑하면 된다.
Q. 독도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최근에 사진 찍는 분들 70명과 같이 독도를 갔는데, 울릉도에서 배가 떠나지 못해 그저 바라만 본 적이 있다.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세 번을 시도했지만 모두 못 갔다. 그런데 한 번은 그냥 가서 1박까지 하고 올 수 있었다. 느낀 게 독도는 하늘이 이뤄줘야, 바다가 열어줘야 간다는 거였다.
포항까지 가서 돌아온 경우도 있고 울릉도까지 갔다가 독도 못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도 가서도 내리지 못하고 한 바퀴 빙 돌고 돌아가는 바람에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더라. 독도 가서 껴안고 좋아서 만세 부르는 사람도 봤다. 장애인을 업고 독도에 올라갔던 기억도 있다.
고생스럽더라도 대한민국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번, 바로 독도다.
Q.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 분야가 많이 시끄럽다.
심하게 말하자면 바다의 ‘바’자도 모르는, 해양의 ‘해’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칼질을 해댔다. 그게 어디 국가정책이냐? 하나의 해상기업을 개인의 기업, 개인의 재산으로 몰아가기엔 문제가 있다. 특히 정기선, 컨테이너선사를 그렇게 죽이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그 회사가 경영을 잘못했다 치더라도 경영진들에겐 전부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과거) 국영기업으로 키워낸 기업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한 칼에 죽여 버리면 안 되는 거였다. 한진해운은 이제 회복 불가능하다.
앞으로 현대상선 위주로 미주 구주 컨테이너노선을 살려내야 한다.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해운을 죽이고서 우리나라가 수출을 한다, 바다로 간다, 미래로 간다? 그건 헛구호에 불과하다.
국가기여도로 볼 때 해운은 고용효과가 별로 많지 않지만 조선은 종업원이 많다고 살린다고 하는데, 한국 해운을 죽이고도 조선이 산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Q. 한진해운 경영진에 이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금융당국에서 한 기업의 문제지 정부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몰아갔다. 한진해운의 뿌리를 보면 국영기업, 즉 정부의 기업이었다. 같은 한진 계열인 대한항공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 회사가 나쁘다고 항공산업 포기하고 날릴 순 없지 않나? 현재 경영이 안 되면 딴 사람한테 넘겨줘야지. 같이 두고 합치든가 했어야지.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이 생기기 전부터 정책의 공동 주체였다. 미주 구주 노선까지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면 국가에서 세금으로 장려금, 보조금을 줬다. 정부가 나서서 동맹과 협상까지 했다. 구주운임동맹, FEFC 들어갈 때 국가가 협상했다.
정부가 항만을 부산 광양 등에 대규모로 개발해 놓고 손님(해운기업)을 죽여 버렸다. 그러고 나서 운임이 올라서 머스크라든지 외국 큰 정기선사가 돈을 번다. 외국기업의 계략에 말려든 거지.
1차적으로 해운을 아는 사람의 책임일 순 있지만 그 책임은 나중에 묻더라도 일단 살려 놓고 물었어야지. 기업이 죽었는데 부실경영 책임을 누구한테 물을 건가? 딴 정치적인 요인으로 결정됐다면 더 서글픈 일이다. 개인 오너(소유주)가 밉다고 해서 기업을 죽인다? 국가가 이제까지 키운 기업을…. 정말 안타깝고 서글프다.
Q. 정책당국에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
최고책임자가 바다를 알고 바다의 중요성을 알고 해운의 중요성을 알아야 정책이 나온다. 우리가 바다란 개념을 물리적인 바다로 볼 것인가, 미래를 개척할 운명으로 볼 것인가, 이런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바다를 잃은 자는 세계를 잃는 거고 나라를 잃는 거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렇다. 국가가 공산주의도 아니고 모든 걸 끌어갈 수는 없다. 대신 국가가 철저히 지원해주고 민간이 앞장서서 가는 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우리도 애당초 컨테이너를 대형화해서 더 키웠어야 했다. 두 회사가 경쟁하면서 국내 경쟁만 생각한 나머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머스크 같은 경우 엄청나게 인수합병해서 키웠다. 우리 정부나 기업들은 약간 안일하게 대처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미우나 고우나 현대상선 단일체제가 됐으니 이젠 규모를 키워야 한다. 특히 정기선은 규모의 경제를 이룬 큰 기업만 사는 데다. 정부가 한 기업을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
지금 회사가 (외형을) 키우고 싶어도 돈이 어디 있나? 정부에서, 금융당국에서 나서줘야 한다. 안 나서면 또 죽는다. 죽었을 때 국가의 피해 국민의 피해는 고스란히 눈에 보인다. 다시 재발한다면 외국기업들이 이익 보는 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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