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밤하늘을 영화 스크린으로 환하게 밝히는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올해로 21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달 6일 개막식을 앞두고 마지막 단장에 한창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수도권 위주의 영화 산업에서 벗어나 부산을 한국 영화의 발상지이자 지방 자치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행사다. 지난 1996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10월 부산을 세계 영화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 국내 최대의 영화 축제다.
그동안 우리나라 최대의 관문이자 해운업의 중심지로서 부산은 다른 산업보다 해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도시의 발전과 맞물려 전통적 산업으로 인식되던 신발, 목재 등을 비롯한 제조업이 서서히 쇠퇴하고 그 자리를 서비스 산업군이 점차 차지해감에 따라 부산은 영화산업을 비롯한 문화관광 산업으로의 변신을 적극 모색했고 그 성공의 결과가 바로 부산국제영화제다.
10일간 대장정 돌입···69개국 초청
10월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총 10일간의 일정으로 부산을 뜨겁게 달구는 이번 영화제에는 초청작 69개국 300편의 영화와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2편의 영화가 소개돼 부산을 방문한 관객들을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할 전망이다. 특히 영화제 기간 중 부산을 찾는 국내외 영화인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개·폐막식 작품에는 우리나라 장률 감독의 ‘춘몽’과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바람’이 각각 선정돼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영상미를 전달해줄 전망이다.
영화 ‘춘몽’은 여주인공 예리를 둘러싼 세 청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장률 감독 특유의 감성적인 터치로 흑백 필름에 담아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상미를 안겨준다. 또 폐막작인 ‘검은바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이라크 영화로 이라크 싱갈 지역에 사는 청년과 그의 약혼녀를 둘러싼 이들 인생의 역경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함에 따라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며 이제는 부산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오던 해운항만산업이 최근 불거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여파로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의 거듭된 성공은 이제는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안겨주는 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20회 영화제 기간 동안 약 30만명의 관객들이 부산을 찾았다. 그중 약 2천여명이 해외 게스트 및 관객, 기자, 영화 제작 관계자들로 부산을 세계에 알리는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 말할 수 있다.
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013년 개최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역에 미치는 직간접 효과는 최대 217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혀, 수백명의 고용 창출과 우리 영화의 해외 수출로 한국의 홍보 및 이미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부산이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중심지라는 인식의 저변 확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점을 들 수 있다. 지금도 국내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영화에는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의 생동감과 아름다운 바다와 웅장한 고층 빌딩의 적절한 조화를 이룬 해운대, 산비탈을 따라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 동구, 중구 일대 구도심 등의 지역 일대가 영화를 통해 자주 소개되다 보니 이제는 이곳이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라 수많은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영화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부산항은 아직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된 글로벌 경제 위축으로 인한 파장은 이제 해운업을 넘어 전 산업 분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 해결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 입장으로서는 이번 한진해운 사태의 촉발과 정부의 늦장 대응이 못내 야속하기만 한 게 사실이다.
오는 6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될 쯤이면 한진해운 사태는 1개월을 넘은 시점이 된다. 지금도 다들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큰 효과는 느낄 수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비록 급속히 악화된 항만산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의 회복 기미가 더 더디게 느껴지지만, 지난 20년 동안 부산 바다를 환하게 밝혀 주었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이번 영화제 기간만이라도 부산을 찾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쳐나는 부산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