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2 15:08

할랄 물류, 16억 무슬림을 사로잡는다


할랄(halal)푸드는 종교가 반영된 무슬림만의 독특한 식문화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발표에 의하면 전세계에 분포해 있는 무슬림의 인구는 약 16억명에 달하며 매년 2.5%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조4천 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세계 할랄푸드 시장은 앞으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할랄푸드는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양, 소, 닭, 해산물, 야채, 과일, 곡류 등을 포함한다. 반대로 하람(haram)은 금지되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돼지고기, 파충류, 곤충류 등을 말한다. 할람과 하람의 구분은 제조과정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무슬림들은 양, 소, 닭 등 허용된 육류라고 하더라도 ‘다비하법’이라 부르는 종교적 율법에 따라 도살, 처리, 가공을 거치지 않았다면 소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할랄푸드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하지만 최근 국내 무슬림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교에서는 일주일에 3회 정도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을 사용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불고기 김치 볶음밥, 치킨 야끼소바, 쇠고기 짜장 컵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그러나 보다 엄격한 기준에 따르면 할랄푸드는 제조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공급 과정에서도 까다롭게 관리돼야 한다. 이슬람 종교에서 돼지고기는 불결한 것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과 보관을 거치는 동안 돼지고기와 접촉할 경우 더 이상 할랄푸드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할랄 물류가 새로이 등장하게 되었다.

할랄푸드의 거대한 시장 규모는 곧 거대한 물동량을 의미한다. 무슬림은 인구는 중동 이외에도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 분포해 있기 때문에 할랄 물류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발생하게 된다.

코트라 조사에 따르면 국제 할랄푸드의 유통규모는 250억 달러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어 할랄 물류 사업이 충분한 수익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할랄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관 과정이다. 이동시간 보다 보관되어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기 때문에 보관 장소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 외에도 하람 푸드와 확실히 분리되어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창고 면적을 할랄푸드와 하람 푸드로 명확하게 분리해야 한다. 또 창고 내 이동 과정에서도 하람 푸드와 접촉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보관 장소를 벗어나 이동 될 때에도 할랄푸드와 하람푸드는 육상, 해상, 항공을 막론하고 구분돼야 한다. 식품을 육안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하람 푸드를 다룬 장비를 할랄푸드를 다룰 때 사용할 수 없는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주의를 요구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할랄푸드 시장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일찌감치 이러한 물류 부분의 수요를 파악하고 할랄 물류를 육성해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노스포트(NORTH PORT)는 할랄 인증을 받은 항구로 할랄푸드만을 위한 운송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항구 내의 선적, 하역, 운송, 보관 등에 걸친 전 과정은 할랄 인증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보관은 다른 식품들과 분리된 지정된 창고에서 처리하고 있다. 또한 항구 주변으로 전문 유통 단지를 구축해 연속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공신력 있는 할랄 인증인 자킴(JAKIM)을 통해 인증의 표준화에 힘쓰고 있다. 자킴은 품질 관리, 위생, 의약품, 화장품과 더불어 운송, 소매, 저장을 하나의 항목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는 할랄 산업 집적 단지를 조성했다. 이 곳에는 전용 물류 센터 등의 전문화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으며 전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말레이시아는 이를 통해 할랄 허브로서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창이 공항의 쿨포트(Coolport)는 처음으로 할랄 인증을 받은 항공 화물 허브이며, 로테르담 항구는 할랄푸드를 위한 전용 보관 창고를 구축했다. 프랑스에서는 마르세이유 항구에 할랄 유통 센터를 개발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무슬림 소비자를 사로잡기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식품의 수출 활로를 넓히고자 익산 국가클러스터단지 조성 계획에 할랄푸드 전용 제조·물류 단지를 조성내용을 포함시켰던 시도가 있었다. 이러한 계획에 박경철 익산 시장은 “한국의 정갈한 음식문화와 청결한 식품의 대명사인 할랄이 만나 익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국내외적으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면서 일부 종교 단체에서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동시에 할랄 전용 구역에 대한 입주 수요가 목표 수치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현 시점에서 할랄 전용 구역 설정의 필요성은 없다’면서 ‘앞으로 중동 등 할랄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경우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인지 후발 주자가 될 것인지 향후 우리나라의 방향이 궁금해진다.
 

< 임수민 대학생기자 lsm030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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