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1 09:35

물류 데이터를 사수하라

올해 물류산업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
자체 IT역량 강화하고 빅데이터로 경쟁력 높여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스의 마윈 회장은 빅데이터를 입에 달고 다닌다. 알리바바는 유통, 물류, 핀테크, 파이낸싱을 연결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그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세상은 현재 정보기술(IT)에서 데이터기술(DT, Data Technology)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데이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일이 미래 핵심가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올해 물류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데이터’를 꼽았다. 그는 앞으로 물류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체 IT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물류기업들은 비용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나 앞으로 화주들은 비용이 아닌, 물류 서비스의 다양화와 품질을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현대로지스틱스는 로켓배송의 대항마로 나온 티몬의 슈퍼배송 서비스를 전담으로 맡으며, 화주와 더 촘촘한 관계를 맺고 있다. 

빅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른 까닭은 전에 없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 열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김기사를 연동시켜 리얼타임 데이터를 확보했다. 삼성, 구글, 애플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핀테크에 진출하는 이유도 결국 빅데이터다. 고객의 결제정보를 통해 구매패턴, 취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심리나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의 단초가 된다. 

가령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아이스크림 결제가 증가하는 소비패턴을 분석해 비콘 플랫폼을 통해 아이스크림 할인권 광고를 전송할 수 있다. 모든 결제 행위는 데이터로 쌓이고 글로벌기업들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정보로 재생산해 새로운 커머스 시장 및 광고시장을 형성하는 게 가능해진다. 즉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국내 IT 전문가는 “과거에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 알고리즘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소비자가 어느 시점에 어떤 물건을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다 

빅데이터는 물류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예측형 분석 및 실시간 이벤트 처리 등과 같은 첨단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고, 뒤섞여 있는 정보에서 인사이트를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도 시작됐다. 데이터는 물류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자산이 됐다. 예측형 네트워크, 수용량 계획, 위험 평가부터 복원성 계획, 실시간 경로 최적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집하 및 배송까지 포괄한다. 빅데이터는 이제 물류의 새로운 물류 도구로 자리 잡았다. 

DHL은 ‘물류 트렌드 레이더’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를 ‘새로운 석유’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 가치와 중요도를 높게 평가했다. 빅데이터와 물류는 완벽한 조합이다. 기업들은 방대한 디지털화에 힘입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유동화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공급사슬의 데이터 흐름을 통합하는 것은 물류시장 파편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소셜 데이터, 특정 채널에 국한된 데이터 등), 센서(RFID)와 같은 추가적인 데이터,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GPS, 음성, 영상, 이미지)가 갖는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 정보의 가치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과 조직의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됐다. 특히 가치(Value)의 관점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은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자원 활용을 최적화하며, 프로세스의 품질과 성능을 개선하고, 예측 물류를 가능하게 한다. 크라우드 기반의 집하 및 배송을 위한 실시간 일정 편성을 통한 최종 목적지 배송 최적화, ETA(예상 도착 시간) 실시간 예측, 전략적/운영적 수준에서의 예측형 네트워크 및 역량 계획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과의 상호작용 및 운영성과를 통합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나아가 고객 충성도와 고객 유지 비율을 개선해주며, 정밀한 고객 분류 및 목표 설정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과의 상호작용 및 서비스를 최적화한다. 글로벌 수준의 예측적 분석은 공급사슬 전체에 걸친 위험 평가와 탄력성 개선도 가능하다. 게다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존 제품의 수익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데이터 기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점점 더 많은 오픈 데이터가 공개되고 있으며, 기존 및 신규 데이터 소스와 결합돼 혁신적인 빅데이터 기반의 분석기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화물 운영의 효율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역량 및 자산 활용 강화, 복합운송을 비롯한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의 맥락에서 운송 일정을 조절, 조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픈 데이터와 데이터 공유의 활용 사례를 파악하고, 이를 기업 데이터에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물류기업들이 선도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 산업에 특화된 오픈 데이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를 유동화, 공유화함으로써 그 가치를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는 것이다. 

물류기업은 이러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체 IT역량을 강화해 기존 사업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데이터의 품질, 분명하게 정의된 데이터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규칙, 데이터 과학 기술, 데이터 및 정보 기술의 적절한 이용이 필요하다. 


물류 데이터 가치 재평가 필요 

물류센터에는 매일 대량의 데이터가 쌓인다.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물류공정을 재검토하거나 작업의 진척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 또 물류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각 작업 단계별 정보수집이 가능해졌고, RFID를 부착하면 개별 화물의 통과시간도 추적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는 대부분 업무 지원이 목적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데이터만 남기고 삭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업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최근에는 작업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웨어러블형 기기 도입이 검토되고 있으며, 음성피킹, 디지털피킹도 실용화 단계에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수집 가능한 데이터도 증가하고 있으며, 작업의 정밀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웨어러블 단말기 활용이 활성화되면 더 세밀한 업무분석과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쿠팡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배송시간을 단축시켰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 지역에 한해 주문 후 2시간 내에 배송하는 ‘2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쿠팡의 2시간 서비스가 가능한 품목은 세제, 생수, 물티슈, 기저귀, 라면, 분유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쿠팡 측은 “생활용품은 소모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어 사전에 파렛트 단위로 재고를 준비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빅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분석하고, 주문이 접수되기 이전에 재고를 확보해 자체 배송인력을 통해 적시에 소비자에 배송하는 구조다.

스트리밍에 주목하자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비즈니스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형데이터와 비정형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지원이나 기술개발이 아직까지 미진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K.마니찬디(K. Mani Chandy)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트리밍 기술을 꼽았다. 마니찬디 교수는 “현재 각 기업에서 빅데이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는데 원하는 정보를 얻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이유는 결과값을 기다려 한꺼번에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무실에서 원하는 정보와 현장에서 원하는 정보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현장 종사자들이 데이터 스트리밍 기술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에러에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기술이 현재 물류업계에서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배송고객 데이터나 배송물량 데이터가 많은 택배기업이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여러면에서 유리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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