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4 11:12

칼럼/ 선박 초대형화 현상과 우리나라 항만당국의 대응방향

김학소 편집위원(청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알파라이너사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12월 현재 세계 해운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1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은 약 5555척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박의 크기는 과거 10년간 2배로 늘어났으며 대형화에 따른 선박운항비용은 30%이상 절감되었다고 한다. 2013년에 우리나라 대우조선에서 건조되어 진수된 1만8400TEU짜리 머스크 <레지나>호가 전세계 해운인들을 놀라게 하였으나 불과 2년만에 이제는 MSC의 <오스카>호, <올리버>호가 각각 1만9200TEU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질세라 OOCL에서 2017년 인도예정으로 2만1100TEU를 발주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2017년에 가서는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선의 비중은 척수로는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선복량으로는 29.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해운시장의 운임은 최근들어 매우 암울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바 CCFI(China Containerized Freight Index)와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의 경우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금년 하반기 들어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양 지수 공히 2015년 10월 각각 700포인트와 900포인트 근처에서 향방을 잃어버린 조타기가 되어 버렸다.  

컨테이너 선박의 대형화추세는 글로벌 선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서 무엇보다도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고 있으나 끝없이 진행되는 대형화 전쟁을 보면 세계해운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몇몇 대형선사들이 과잉선박공급을 통해 세계해운시장을 독과점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고 있다. 해운산업은 무역의 파생산업으로서 약간의 선복수급 변화에도 운임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다. 지속적인 선형의 대형화 현상은 먼저 기간항로에 대형선이 공급됨으로써 기간항로에 투입되고 있던 중대형선박들이 지선항로로 밀려나고 지선항로에 취항하고 있던 중소형선박들이 지역항로로 밀려남으로써 전체 항로가 충격을 받게되는 폭포효과(Cascading Effect)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비용경쟁력이 취약한 많은 선사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게 되며 선박대형화를 주도해온 몇몇 선사들만이 시장에 살아남아 독과점 산업을 형성하게 되고 이 독점력을 활용해 운임을 인상하게 되면 국제적인 무역이 위축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각국의 해운기업들은 이러한 선박대형화에 따른 선박공급과잉 현상과 시황폭락, 독과점 산업화, 운임의 폭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지속적으로 경계해 선사간의 치킨게임 양상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선사간 얼라이언스도 좋은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제는 선사와 항만당국, 화주, 국가가 나서서 신 해운정책을 구축해 대응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선박의 대형화 현상은 선사 뿐만 아니라 항만운영자, 화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선박대형화의 효과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선박대형화 현상이 선사와 항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보다도 심각하지만 화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SCM 불안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선박의 대형화는 일시에 많은 화물, 컨테이너를 쏟아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최적의 작업 환경이 바뀌게 된다. 사고발생시 화물에 대한 서비스가 열악해 질 염려가 있고 화주로서의 선택의 여지가 감소하게 되어 SCM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국가적인 입장에서도 특히 개도국의 경우 선진국의 선사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선박의 대형화 현상은 무역의 증진을 저해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관찰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이러한 선박대형화 추세에 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은 항만당국이다. 선박이 대형화하게 되면 항만시설, 인프라, 장비, 야드의 피크수요 등 모든 요소가 변화되어 이에 대한 대응이 늦는 경우 허브항 경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박이 대형화됨으로써 항만은 항로수심, 선석길이, 야드, 게이트, 하역장비, 배후지역에의 피크수요 등 모든 면에서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항만에서 항로의 준설, 시설의 확충 등은 수익성의 검증여부에 관계없이 대단위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가투자비용의 회수하기 위해서는 항만시설사용료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항만당국은 선박의 대형화로 인한 관련비용 및 시장, 당사자들간의 이해관계를 비교·분석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항만개발, 개조, 투자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고 신규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항만의 운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해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란적인 선박대형화 현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적정 항만의 개발 및 시설투자방향이 정해지면 항만운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항만배후부지의 개발과 화주기업의 유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및 수익성 제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또 선박대형화에 따른 전세계 주요항만들의 개발전략의 조사를 통해 국내항만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야 한다. 선박대형화시대를 맞이해 어떻게 항만배후물류단지를 개발하고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부가가치 창출과 물동량을 창출할 것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또 화주의 입장에서 추구하고하고 있는 국제가치연계전략(Global Value Chain)에 어떻게 부응해 화주의 글로벌 경영전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세계적인 물류중심항만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해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대형화 현상을 이미 겪었던 공항, 도로 , 철도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에 대한 사례조사도 항만당국의 전략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선박대형화에 부응하기 위해 항만이 투자하는 대규모 자본을 회수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사용료 개편방안이 이루어져야 한다. 항만시설사용료에는 항만당국이 징수할 수 있는 화물입항료, 선박입항료, 접안료, 정박료 등이 있으며 민간기업이 징수하는 하역료, 보관료, 이송료 등을 국제경쟁력이 손상되지 않는 방향에서 적정하게 조정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물류정책의 상당부분을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관련 북방물류시장에 집중해온 한국의 입장에서 선박의 대형화현상에 적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항만당국이 취해야 할 대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는 인근국가 항만간의 국제적인 공조를 취하는 것이다. 즉 지역적 국가간의 협정을 통해 입항선박의 규모를 제한하거나 경쟁제한을 해 지나친 대형화추세를 억제하는 것이다. 항만에서 기항을 거부하는 선박이 시장에서 퇴출되어 폐선된 사례는 과거에도 다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항만의 경쟁적 투자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선박입항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또 항만간의 교섭력을 증대하기 위한 경쟁항만간의 협력을 체결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지역별, 항만별로 배후물류지역의 공유나 협력을 통해 화주에 대한 서비스를 증대시키는 것도 아주 훌륭한 전략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항만당국이 정부, 철도, 도로, 공항이 연계된 포럼을 형성해 국제적인 선박대형화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한 정책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다국적인 항만전문가들의 컨퍼런스를 개최해 최선의 항만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해운정책의 방향과 기업경영전략, 항만운영전략이 공조체제를 이루고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선박대형화로 인한 공멸의 길에서 벗어나 해운산업의 부흥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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