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31 10:46

매물 나온 로젠택배 'C2C 매력 VS 비싼 몸값'

5년 새 훌쩍뛴 가격에 인수전 '냉랭'
무차입경영, 낮은 부채는 장점

최근 국내 택배업계 4위 로젠택배가 M&A (인수 · 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로젠택배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해 JP모간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로젠택배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젠택배는 KGB택배 지분 72.2%를 확보하고 있으며, 두 회사를 합친 택배시장 점유율은 약 11%에 달한다. 이는 택배업계 3위인 한진택배와 맞먹는 수준이다. 2014년 기준 택배시장 점유율은 로젠택배 8%, KGB택배 3%대로 추정되며, 한진택배는 약 10~12%로 분석된다. 베어링PEA는 로젠택배 몸값으로 약 3000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통기업 관계자는 “로젠택배를 3000억원에 인수할 것을 제안 받았다”며 “2010년 로젠택배 인수전에 참여해 650억원을 적어냈었는데, 지금은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면서 로젠택배를 인수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달 8일 전자공시를 통해 인수의지가 없음을 공고히 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로젠택배에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지난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은 택배가 아니라 ‘서비스’이기 때문에 기존 택배업체의 사업모델을 통해 쿠팡의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인수합병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GS그룹은 택배시장에 뛰어들 단골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GS그룹은 2007년 대한통운,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전에도 이름을 올렸다. GS리테일, GS홈쇼핑, GS왓슨스 등 유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택배기업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해볼만하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GS가 로젠택배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예측한다. 

로젠택배 내부에서는 캡티브 물량을 가진 유통기업에 인수되길 희망하는 분위기다. 택배업계 1,2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현대로지스틱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반면, 로젠택배는 C2C(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 물량에 집중돼 있다. C2C는 개인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물량은 적지만, 수익성은 좋다. 그러나 로젠택배가 택배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기 위해선 대형 화주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가 KGB택배를 인수하면서 메이저 3사로 불리는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의 뒤를 바짝 쫓았다”며 “공격적인 경영을 전개한다면 메이저 택배사에도 충분히 위협적인 경쟁상대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로젠택배, 3000억 가치 있을까 

로젠택배 매각은 예상과 달리,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며,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로젠택배 인수 의향을 내비친 원매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소 택배 회사에 관심이 높았던 전략적투자자(IS) 모두 로젠택배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몇 가지 원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국내 택배산업 특유의 ‘지입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로젠택배는 본사와 대리점주가 계약을 맺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따라 대리점이 이탈할 수 있는 구조다. 각 지역의 대리점주가 직접 영업을 통해 물량을 유치하는 탓에 이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지난 1월 KGB택배 전국 지점장들로 구성된 KGB택배 협의회가 로젠택배와의 통합에 반대한 이유도 영업 구역이 겹쳐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KGB택배도 로젠택배와 마찬가지로 대리점주들이 직접 영업에 나서는 구조로 이들의 입김이 강하다.

이 때문에 로젠택배는 지난 5월 KGB택배를 인수한 뒤에도 각각 법인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KGB택배는 장지휘 대표가, 로젠택배는 최정호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다만 업무교류를 위해 일부 직원은 로젠택배와 KGB택배에서 겸직을 하고 있는 정도다. 택배시장은 업체 간 서비스 품질이 엇비슷하기 때문에 소규모 중소 사업자들이 이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시장구조다. 지금처럼 로젠택배와 KGB택배가 각각 대리점체제를 유지할 경우, 시너지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KGB택배의 만년 적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로젠택배가 KGB택배 지분 72.2%를 인수하며 외형적으로는 업계 3~4위 수준에 올라선 듯 보이지만, KGB택배는 몇 년째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KGB택배의 매출액은 2012년 837억원에서 2014년 106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억원에서 -41억99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순손실 또한 -1억9500만원에서 -59억5700만원으로 악화됐다. 

베어링PEA가 2013년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 직전년도(2012년) 로젠택배의 매출액은 2209억원, 영업이익은 112억, 당기순이익은 90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로젠택배의 전년도(2014년) 성적표는 매출액 2636억원, 영업이익 207억원, 당기순이익 164억원으로 2012년 대비 각각 19.3%, 85%, 82%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로젠택배는 외형 확장보다 부채비율 감축, 영업이익률 개선과 같은 내실다지기에 집중하며 부채비율을 감소시켰다. 반면, 이 기간 경쟁업체인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는 국내 최초 도심형물류단지를 가동했고,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에 수도권 메가허브터미널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메이저 택배3사가 생산능력(Capacity) 확대에 나서면서 중소 · 중견 택배기업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택배물동량은 약 18억건에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며, 내년에는 20억건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진과 현대로지스틱스는 동남권 물류단지 조성 이전에 생산능력 부족으로 인해 화주를 선별해 처리한 바 있다. 즉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장이 필요한데, 로젠택배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한 탓에, 자본적지출(CAPEX)은 다소 저조했다. 

C2C 노하우 강점으로 부각해야 

2016년은 일본이 택배산업을 시작한 지 40주년 되는 해다. 지난 15년간 일본 택배회사의 물동량은 2배 이상 증가했다. 1998년 일본의 택배물동량은 18억3300만개 수준에 머물렀으나, 2014년 36억1379만개로 늘어났다. 2013년 기준 일본 택배 주요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야마토운수와 사가와큐빈이 각각 45.8%, 33.5%를 차지하는 굳건한 2강 체제다. 

처음부터 2강 체제는 아니었다.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택배시장은 춘추전국시대, 빅(Big)5 시대, 2강 체제 순으로 변화돼 왔다. 한국의 택배산업은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국내 민간택배업체는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택배, 로젠택배(KGB택배 인수), KG옐로우캡(동부택배 인수) 5개로 압축됐다. 일본이 거쳤던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빅5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 택배산업은 앞으로 빅5 시대를 거쳐 2강 또는 3강 체제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택배산업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B2C가 먼저 성장했기 때문에 다양한 배송서비스가 부족하다. 따라서 택배 서비스 세분화를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수요를 잃지 않으면서 단가 상승까지 노려볼만하다. 전체 택배시장의 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다양한 서비스 개발이 이뤄진다면 프로덕트 믹스에 따른 개별 회사의 단가 상승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로젠택배는 무차입 경영상태가 5년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부채비율 역시 60%대의 안정적인 수준이 유지되는 등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특히 C2C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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