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아프리카항로는 여름 휴가시즌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궤를 같이해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적재율)도 예년보다 부진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아프리카항로는 크리스마스시즌 아이템들이 대거 수출되는 8~10월이 성수기에 속하지만 현재 물량증가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서아프리카 취항선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지역별로 운임을 조금씩 인상해왔지만 공식적인 운임인상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며 “가이드는 나왔지만 월말 내부회의를 통해 시장에 적용할 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로 주 수출원이었던 자동차는 중국시장의 성장둔화와 신흥국 경기침체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만5000여대의 자동차가 아프리카로 수출됐지만 올해는 5만5500여대 수준에 그치며 부진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미국으로의 수출은 크게 늘며 자동차 전체 수출실적을 끌어올렸다. 르노삼성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형 닛산 로그를 부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해 미국 수출을 본격화한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향한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아프리카 수출운임의 약세도 선사들을 깊은 시름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집계한 8월14일자 상하이발 동·서아프리카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191달러로 집계됐다. 7월 중순 1237달러에 비해 뒷걸음질친 것이다. 한국발 수출운임은 중국보다 100~200달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들은 앞으로 서아프리카의 화물집하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수출운임이 1000달러대 밑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000달러대 수준을 지켰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서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동아프리카도 비수기를 맞으며 소폭의 물동량 감소세를 보였다. 운임은 향후에도 현재 수준을 유지하며 GRI 계획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프리카를 취항하는 한 선사관계자는 “평소 종이류나 레진(석유화학제품)이 주로 나갔지만 이달에는 프로젝트 화물(기계, 건설장비) 등이 많이 수출됐다”고 말했다.
아프리카항로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감소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가나, 나이지리아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경제변수는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며 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남아프리카항로 또한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이 줄며 선사들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또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를 크게 하락시키고 있다. 외신보도에 의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가치는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8월20일 현재 기준 랜드화 가치는 달러당 약 13랜드를 기록 중이다. 선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수출화물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좋지 못한 시황을 연출할 것 같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