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정기선 시장 원양항로는 하락기조를 보였다. 유럽항로는 연초 20피트컨테이너(TEU)당 1000달러대의 해상운임을 찍은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미주항로도 2월 40피트컨테이너(FEU)당 2천달러를 기록한 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운임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특히 유럽항로는 TEU당 200달러대까지 내려가며 초유의 운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운임하락에 선사 물류기업 할 것 없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선사들은 매달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본운임인상(GRI)을 발표했지만 시행하지 못했다. 얼라이언스 선복 감축에 7월 들어서야 겨우 TEU당 1000달러의 GRI를 시장에 적용해 운임을 끌어올렸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7월3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스팟)은 TEU당 전주 대비 331달러 인상된 87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초 TEU당 861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2개월만에 800달러대에 진입하며 상승 분위기를 형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시 하락세로 전환해 7월10일 기준 북유럽 운임은 TEU당 699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만에 200달러 가까이 운임이 빠졌다.
선사들의 선복감축으로 시황회복에 대한 기대는 일시적으로 해상운임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했지만 운임인상의 분위기가 확고하게 자리 잡지는 못한 상황이다.
상반기 해상운임 저조에 콘솔사 부담 확 줄어
상반기 정기선 시장 해상운임이 바닥을 치면서 선사들은 위기에 처했지만 콘솔사(화물혼재업체)들의 채산성은 나쁘지 않았다. 해상운임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선사와 화주의 사이에서 운임 차액으로 먹고 사는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은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다.
프레이트포워더를 상대하는 콘솔기업들은 소량혼재화물(LCL)을 모아 컨테이너 한 대를 채워 FCL(만재화물)보다 해상운임 인상분을 적용하기가 더욱 어렵다. 운임인상분을 화주(프레이트포워더)들에게 적용하는데 시일이 걸리는데다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오른 운임의 20~30% 수준에 머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내내 해상운임이 하락세를 기록하며 평균 TEU당 665달러(상하이항운교역소기준)에 머물러 화주에게 운임인상분을 전가하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콘솔사가 떠안는 부담은 줄었다. 체감하는 물동량은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줄었지만 해상운임인상도 포워더의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만큼 콘솔사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모습이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해상운임 하락으로 컨테이너에 화물을 혼재하는 콘솔사들의 수익도 당연히 줄어들었지만 상반기 내내 해상운임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화주와 운임에 대해 줄다리기를 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작년보다 더 상황이 나았다”고 말했다.
해상운임이 내려가면서 프레이트포워더를 상대하는 콘솔사의 마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LCL화물을 40피트 컨테이너 한 대에 50CBM(=㎥)가량 적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해상운임이 1천달러에서 500달러로 내려가면 콘솔사가 남길수 있는 마진도 반토막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진이 줄어드는데도 해상운임이 내려간 상황을 오히려 반기는 콘솔사들이 있다는 것은 LCL 화물혼재를 통한 마진보다 운임인상을 화주에게 적용하지 못해 떠안는 부담이 더 크단 얘기다. 콘솔사입장에서는 해상운임이 낮을 수록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해상운임이 꾸준한 수준을 유지할때가 가장 좋다.
1000달러대에서 운임이 지속된다면 마진도 높이고 화주에게도 운임인상 적용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도 없다. 하지만 해상운임의 등락폭이 워낙 크다보니 오히려 마진이 낮더라도 해상운임이 낮은 상태로 머물길 바라는 현실이다. 해상운임이 내려갔어도 대폭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줄어드는게 낫다고 여기는 현실이다.
LCL 마이너스 운임 여전
해상 운임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여전히 LCL의 마이너스 운임은 여전하다. 해외 파트너콘솔사와 계약을 맺고 물량을 주고받는 국내 콘솔사들은 수출물량 유치 전쟁을 벌이면서 마이너스 운임 폭을 키워왔다. 홍콩과 상하이 등 교역량이 많은 중국 노선은 이미 마이너스 운임이 횡행하고 있으며, 원양항로까지 0달러 운임이 나오면서 마이너스 운임이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최근에는 무작위로 화주에게 운임 전단지를 뿌리는 업체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운임덤핑경쟁이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마이너스 운임은 여전히 콘솔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몇몇 콘솔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정말 터무니없는 운임이 시장이 돌기도 했는데 요즘엔 잠잠하다”며 “지금도 악화된 상태지만 이 수준만이라도 유지하고 더 내려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콘솔사들은 상반기 해상운임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아진 것도 잠시 하반기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던 해상운임이 치솟기 시작해 또 다시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다. 그 시작은 유럽항로 선사들의 7월 운임인상이다.
선사들이 일제히 운임을 올렸지만 대부분의 콘솔사들은 화주에게 운임인상분을 적용하지 못했다. 상반기 내내 바닥운임에 머물렀던 해상운임이 갑자기 반등하리라는 기대도 높지 않지만 그동안 GRI만 공지하고 시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선사들의 발표에 섣불리 화주에게 인상분을 청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운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적용된 운임인상이지만 우선 콘솔사들은 한달간은 부담을 떠안기로 했다.
한 콘솔사 관계자는 “워낙 해상운임이 낮아 인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화주에게 인상된 운임을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럽항로 취항선사들은 8월에도 1천달러대의 GRI를 시행할 예정이다. 운임이 오르면 화주에게 그 인상분을 반영하는게 맞지만 현실은 철저한 갑-을 관계로 인해 해상운임이 낮게 유지되는 걸 바랄 뿐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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