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은 올해 택배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화주를 꼽았다. 이는 유통업체의 자체배송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쿠팡이 자체배송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그 연장선에 있다. 쿠팡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자체배송 하는 물품은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 내에서는 쿠팡의 배송형태가 ‘편법’이라고 지적하며, 사실상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명시된 사항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쿠팡의 자체배송에 대한 편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유통기업의 자체배송이 확산될 경우 중소택배기업의 줄도산이 우려된다. 현재 택배시장 1,2위를 달리는 CJ대한통운이나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물동량이 안정적이지 못한 중소택배사는 기업의 존폐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태다.
다음은 이트레이드증권 김민지 연구원과의 일문일답식 인터뷰 전문이다.
- 올해 택배산업 전망은?
중소택배기업은 앞으로 니치마켓을 선택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G옐로우캡과 동부택배를 인수합병한 KG그룹은 해외 역직구 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듯하다. 인수합병은 올해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로젠택배가 KGB택배를 인수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며,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택배시장 재편도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35%를 취득한 롯데와 현대가 결합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시장점유율 35%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시장점유율이 14% 수준에 머물러 있어 단기간 내에 CJ대한통운을 넘어서기에는 어려움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한진택배다. CJ대한통운은 CJ가 뒷받침하고 있고, 현대로지스틱스는 롯데가 생겼다. 하지만 한진택배는 그룹사에 운송기업만 있고 화주가 없다. 한진택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주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한진택배는 같은 그룹사 내에 항공사가 있기 때문에 항공과 육상운송을 결합할 수 있다는 부분에 장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택배기업에 요구되는 변화는?
이제는 우리나라 택배기업도 화주에 맞는 특화된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최근 일부 유통기업에서 자체배송에 나선다는 것은 택배기업으로부터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내 택배기업은 대량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까지 낮은 단가를 경쟁력으로 내세워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택배서비스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중단했다.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중단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택배는 주 7일이다. 연중무휴다. 그렇다고 택배기사들이 일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2~3교대로 시간대를 나눠서 배송한다.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화주의 이탈도 예상된다. 현재 우체국의 시장점유율은 약 8~11%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시장점유율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우체국이 본연의 성격을 잃어버리면서 시장에서의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서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려는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실 농협이 택배업 진출에 대한 의지는 10년 전부터 있어왔다. 지난해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농협의 택배업 진출에 대한 불씨가 다시 붙었다. 농협의 단위조합장들이 나서서 농협택배를 하자는 의사를 표출했고, 농협운영진도 이들의 의사를 묵살하지 못했다. 농협이 우선적으로 진출하려는 분야는 신선식품이다. 당장 피해가 우려되는 택배기업은 신선식품 취급률이 높은 우체국과 로젠택배 정도다. 업계 내에서는 농협이 로젠택배를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할 경우 캡티브마켓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농협에 택배를 보내러 방문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끼워 팔기를 통해 그룹사의 시너지도 얻을 수 있다.
- 국내 택배기업의 중국시장 진출 가능성은?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기업의 택배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나 현대로지스틱스가 중국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국시장이 워낙 크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탓에, 직접진출 또는 제휴 등 다각도에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40% 가까이 된다. 여기서 더 올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중국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지만, CJ오쇼핑과 연계해 지역단위로 배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현지 업체와 MOU를 체결해 국제 택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중국에 지사를 두고 영업을 벌이는 것으로 안다. 직접 진출은 아직까지 없지만, 향후에 성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시너지를 통해 성장가능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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