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북항 신선대부두(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5만t급 5개 선석)와 자성대부두(한국허치슨터미널·5만t급 4개 선석) 통합 논의가 재점화되며 항만물류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신선대·자성대부두의 운영사인 CJ대한통운과 한국허치슨터미널은 통합에 관해 수차례 회의를 하며 양자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전부터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무산된 사안이었기에 이번 통합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부산청 관계자는 “예전에 감만부두 통합시 신선대부두와 자성대부두 통합 논의가 오갔으나 입장 차이가 있어 진행되지 않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은 신선대 자성대부두의 지분율을 50대 50으로 하는 의견을 정했으며, 처리물량을 고려해 선석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측 회사의 재무구조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들은 아직 앞서간 얘기며 현재는 초기과정을 밟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또 그는 통합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양사가 통합에 관한 서명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성대부두와 신선대부두의 통합이 성사되면 규모와 물량에서 부산 북항에서 가장 큰 터미널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성대와 신선대부두는 지난해 11월까지 부산 북항에서 많은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해왔다. 자성대부두와 신선대부두의 한해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각각 170만TEU 200만TEU로 156만TEU인 감만부두에 비해 높다. 특히 자성대와 신선대부두가 지난해 11월까지 처리한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대비 각각 7.7% 27% 성장한 134만8079TEU 204만3721TEU를 기록했다. 운영사 통합이 진행되면 양사의 부산항 전체 점유율은 20%에 육박하며 덩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까지 부산 북항의 전체 물동량 점유율은 35.9%로 이중 자성대부두와 신선대부두는 각각 7.9% 12%를 차지하고 있다. 6%대를 기록하고 있는 감만·신감만부두에 비해 높은 수치다.
부두운영사 통합시 신항 ‘컨’ 선석 우선권 부여
부두통합은 부두생산성 제고와 항만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부산항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동 현상으로 북항 이용률이 크게 떨어지자 운영사들은 과다 출혈경쟁을 벌이며 경영난에 봉착했다. 업체간 과당경쟁은 지속적인 컨테이너 하역료 하락으로 이어져 지난 10년 사이 절반으로 하락했다. 항만하역 업체수는 매년 늘었지만 하역료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만~4만5천원까지 떨어졌다. 궤를 같이해 부산 북항의 주요 컨테이너 부두 운영사의 경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995억원의 영업손실과 3146억원의 당기손실이 발생했다. 또 운영수지 개선을 위한 인원감축 등으로 인해 지난 10년간 29%의 인력을 줄였다.
부두통합이 확정된다면 양사는 비용절감은 물론 신항내 컨테이너 선석 확보를 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운영사를 통합하면 선석 임대료를 1년간 15% 감면해주고 15%를 유예해 주고 있다. 또 신항에 새로 짓고 있는 컨테이너 부두와 관련해 운영사 선정 때 우선권을 받는다. BPA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으로 2018년과 2020년에 개장 예정인 부산 신항 2-5 2-6단계 컨테이너 부두의 운영사를 선정한다. 부두운영사 선정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 운영사는 통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북항 부두운영사 통합은 지금까지 두 차례 진행됐다. 가장 먼저 진행된 통합시기는 2013년이다. 각자 운영되던 부산항 북항 감만부두의 3개 운영사가 한 회사로 통합한 것이다. 세방, 인터지스, 한진해운은 부두생산성 제고와 항만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합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같은해 12월 이 세 운영사의 통합법인인 BIT(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가 출범했다. 이 세 운영사는 지분율을 각각 33.3%씩 나눠 가지며, 감만부두 4개 선석 중 현재 3개 선석을 운영 중이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부두운영사들의 통합은 바통을 이어갔다. 지난해 연초 북항 신선대부두와 우암부두 운영사는 통합과정을 밟았다. 부산 북항 신선대부두 운영사인 CJ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CJKBCT)은 우암부두 운영사인 우암터미널주식회사(UTC)와 부두 운영사 통합에 대한 조인식을 체결했다. 통합은 CJKBCT가 지분 25%를 UTC에 매각, 주주로 영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부두운영사들의 선석반납도 통합을 이뤄내기 위한 일환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BIT는 부두통합을 하면서 4개 선석 중 1개 선석을 반납한 바 있다. 허치슨터미널은 자성대부두 5개 선석 중 3개 선석을 2014년까지 반납하겠다고 BPA에 통보했지만 일부 선석만 반납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3년 10월 감만 전체 4개 선석 중 1개 선석 운영권을 반납한 것이 전부다. 허치슨은 물동량 급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기에 조기반납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다.
부두운영사 통합이 특효약이 될 수 있을까. 업계는 통합에 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신선대와 자성대부두가 통합을 진행하더라도 BIT(부산인터내셔널터미널)의 노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로 통합이 진행된 감만부두의 지난해 1~11월 컨테이너 물동량은 104만1247TEU로 전년 동월 134만6377TEU 대비 23%나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항에 있는 얼라이언스가 북항에 오는 것도 아니고, 물량은 한정돼 있어 통합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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