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택배업 진출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발단은 농림수산식품부 이동필 장관의 입에서 시작됐다. 이 장관은 지난달 7일 열린 간부회의에서 “농축산물 직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발언을 했다.
농협중앙회는 곧장 사업성 검토에 들어가 내부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택배업 진출여부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며 “아직까지 결정난 사항은 아무것도 없으며, 농협이 사업성을 분석해 결과를 제출하면 택배업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농협의 택배업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서는 “농협의 택배업 진출은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농협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시장 진입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전문가도 반대하는 ‘농협택배’
협회와 시장에 진입한 기존 택배업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구나 농산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17일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이 개최한 ‘농산물 도매시장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만난 A교수는 “농협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생산자를 위한 역할이나 잘했으면 한다”며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나 비용절감을 위해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농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시장을 교란시키고 각종 특혜로 인해 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전방위적인 공세에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일부 언론에서 농협의 택배업 진출을 확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면서도 택배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신선물류 등 특화된 배송에 주력할 것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통물협 관계자는 우체국택배의 사례를 예로 들며 “우체국도 시장에 진입할 때는 일부 특화된 품목을 집중적으로 취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다양한 품목을 배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물류, 지난해 사업성 검토 받아
농협이 택배업체 진출할 경우 자회사 농협물류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 농협물류는 지난해 택배업 진출에 대한 사업성 의뢰를 마친 상태로 사업성의 결과 또한 긍정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농협물류가 용역을 통해 사업성 분석을 마쳤지만, 자신들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아무래도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성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농협중앙회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농협물류는 현재 ▲화물자동차운송 및 운송주선 ▲복합운송주선 ▲해상화물운송 ▲해운중개 및 대리점 ▲보관 및 하역 ▲물류컨설팅 ▲창고업 ▲택배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택배서비스 사업이다. 농협물류 관계자는 “화주사의 요청이나 수요가 발생할 경우 일부 물량을 하청업체를 통해 운송하거나 직접 차량을 이용해 운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각 부서별로 차량을 보유하거나 영업용 번호판을 관리하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는 각 부서에 문의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물류가 운송하는 화주는 하나로마트클럽이나 NH쇼핑몰로 알려졌다. 이 대목을 보면 농협물류는 이미 택배업을 일부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농협이 택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농협물류가 우선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다른 농협물류 관계자는 “우리는 중앙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고,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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