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ICD제2터미널 전경
컨테이너가 빼곡하게 들어찬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 하루는 분주하다. 수북하게 쌓인 컨테이너의 양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았을지 가늠이 간다.
지난달 21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의왕ICD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ICD 내부로 들어오는 화물차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화물차 수십대가 줄지어 컨테이너기지로 진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위압감마저 느껴졌다.
기지 내부로 들어서자 높게 적재된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컨테이너는 보통 3~5단으로 적재되지만, 태풍 등 기상상황을 고려해 적재높이를 조절하기도 한다. 기상악화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트랜스퍼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집어 올린 모습
의왕ICD 소속 남태우 팀장의 안내를 받아 공용CY로 들어서자, 웅장한 모습을 한 트랜스퍼크레인이 철도를 통해 들어온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화물차 트레일러에 옮겨 싣고 있었다. 트랜스퍼크레인은 두 명이 조를 이뤄 작업을 진행하는데 직무의 특성상 사고 위험성이 높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의왕ICD 내에 구비된 트랜스퍼크레인은 총 3대가 있는데, 의왕ICD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트랜스퍼크레인이 철도 화물의 상하역을 담당한다면, 리치스태커는 CY(Container yard) 내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컨테이너가 수북하게 미로처럼 쌓여 있는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자 리치스태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로 15년째 리치스태커를 운전하는 한 운전자는 숙련된 기술로 컨테이너를 운반했다. 리치스태커 운전자는 집어올린 컨테이너를 어디론가 옮기는 듯 했다.
CY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리치스태커
리치스태커가 향한 곳은 컨테이너수리 작업장이었다. 컨테이너는 바닥부분의 점검을 받기 위해 V자 형태를 띤 기둥에 올려졌다. 컨테이너 수리공들은 이곳에서 컨테이너 바닥부분을 점검하고 이상 유무를 판별한다. 컨테이너의 무게를 감안했을 때 작업대가 다소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하다가 컨테이너 수리공이 컨테이너 깔려 압사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이곳에서는 컨테이너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수리하는 업무를 진행하는데, 취재당일 비가 내려 잠시 작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틈을 타 잠시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하는 일이 뭐 특별할 게 있나요. 컨테이너가 찌그러지면 망치로 때려서 펴고, 절단이 필요하면 절단장비를 사용해서 잘라내요. 땜질이 필요한 곳은 용접을 하고 녹이 슨 곳에는 페인트칠을 하죠. 사실 일을 하다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종종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비가 와서 작업을 잠시 중단한 거예요. 대부분 장비가 전기를 이용하다보니까 감전 위험성이 높아요.”
실제로 근무한 지 8개월째 접어든 한 수리공은 근무를 하던 중 장비에 손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며 흉터를 꺼내보였다. 그는 한순간의 실수로 손을 잃을 뻔 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컨테이너 수리공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신들의 수익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월급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아요. 사실 노동 강도는 센 편인데 그에 반해 수익은 낮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도 우리가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사명감은 있죠. 저희가 있어야 컨테이너도 수리되고 또 화물도 실어 나르겠죠.”
컨테이너 수리공이 컨테이너 하단에서 용접을 하는 모습이 위태롭다.
비가 수그러들자 작업을 중단했던 컨테이너 수리공들이 하나둘 작업장으로 나왔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각종 장비를 이용해 용접을 하고, 찌그러진 컨테이너를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녹이 슬어 컨테이너가 부식된 곳에는 페인트를 덧칠했다. 이렇게 수리된 컨테이너는 다시 리치스태커에 의해 CY로 옮겨진다.
CY를 둘러보고 의왕ICD 본관으로 향하던 중 화물차 기사 네댓명이 건물 입구에서 썰을 푸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요즘 일거리가 정말 없다고 하소연했다. 화물차 할부금, 유류비, 식비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집에 갖다줄 돈이 줄어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다수 보험회사에서 화물차 자차보험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행여 사고라도 발생하면 목돈이 든단다.
한 화물차 기사는 짜증 섞인 말투로 벌써 8시간째 대기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7시, 점심때쯤이면 내륙컨테이너기지로 들어오는 입구가 차들로 꽉 막힌다”며 “항상 이 시간대에 이렇게 붐비다 보니까 화물차 기사들도 피로감이 심하다. 이런 부분을 빨리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화물차 기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못하는 이유를 나름의 논리로 펼쳤다.
“우리가 다함께 합심해서 파업을 하면 정부가 두 손을 들 텐데 그렇게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대부분 화물차 기사들이 화물차를 할부로 구매하다보니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하잖아요. 상황이 이렇다보니까 다들 파업을 참여하고 싶은 의지나 마음은 있어도 그놈에 돈 때문에 일을 하는 거예요.”
화물차 기사들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본관으로 들어서자 ▲안양세관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식품검역소안양출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안양세관에서는 수입통관, 수출지원, 관세환급, 시후심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경인지방식품의약안전청은 수입되는 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식품첨가물, 기구·용기·포장·공중위생용품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국립식품검역소안양출장소는 수출입 식물 검역, 격리재배식물 관리, 금지품 사후관리, 외래 병해충 예찰 등의 업무를 핵심으로 한다.
본관 건물 옥상에 올라가자 의왕ICD 제2터미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컨테이너를 보자 왠지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늘은 흐렸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활기가 넘치는 듯 보였다. 화물차는 끊임없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물류는 멈추는 법이 없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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