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상선 수주가 활발해지며 조선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려온 선박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동시에 선박 발주량과 수주량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조선업계는 상반기 목표치를 초과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연초 잡았던 연간 수주목표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장기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선업계에 희망의 기운이 조금씩 싹트고 있는 셈이다.
케이즈 신조선가 550만弗 상승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상선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369억3천달러를 기록했으며 한국은 이중 50.1%인 185억달러를 수주했다. 상선 수주가 전반적으로 2010년이나 2011년 상반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지난해를 저점으로 조금씩 개선되는 양상이다.
국내조선업계는 올해 7월까지 상선수주량이 216척(748만2천CGT)으로 같은 기간 224척(878만7천CGT)을 수주한 중국에 다소 밀렸지만 수주금액은 229억9천달러로 159억2천달러에 그친 중국보다 약 70억달러 많았다.
당초 상선분야 수주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지만 상선발주가 회복세를 보이며 하락세를 지속했던 선박가격도 최근 들어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해운조사분석기관인 클락슨 보고서에 따르면 7월말 1만3천TEU급 컨테이너선 선가는 지난 2월대비 50만달러 오른 1억650만달러이며 4800TEU급 선가는 150만달러 오른 4600만달러, 3700TEU급 2750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각각 120만달러 50만달러 상승했다. 특히 상반기 가장 발주 척수(64척)가 많은 8800TEU급 선박의 가격은 330만달러 급증한 7980만달러로 집계됐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이후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최고 바닥을 찍은 컨테이너선가는 올 들어 반등추세를 보이고 있다. 8년 전인 2005년보다 선가가 낮은 수준이지만 모처럼 반등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선수주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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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선 가격도 상승세다. 해운거래정보센터(MEIC)에 따르면 지난 1월 4150만달러를 유지했던 케이프사이즈(18만t급)는 4700만달러로 550만달러가 올랐으며 핸디사이즈는 지난 1월(2040만달러)대비 118만달러 상승한 2158만달러로 집계됐다. 파나막스 벌크선(7만4천t급) 또한 연초(2460만달러)대비 148만달러 오른 2608만달러를 기록했다.
상선시장의 업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도 반등세로 돌아섰다. 2008년 조선업 호황기 190을 웃돌았던 신조선가지수는 이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1년 4월 141까지 떨어졌다. 2011년 5월 142로 올랐으나, 유럽 경제위기가 발발하며 올해 5월(126)까지 2년간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지난달 글로벌 신조선가지수는 126포인트에서 128포인트를 기록하며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신조선가지수는 말 그대로 새로 만든 선박들(벌크선·컨테이너선·유조선·LNG선 등 상선)에 대한 가격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높을수록 선박 가격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국내 대형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량이 떨어지면 선가가 올라갈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최근 유럽의 경기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남과 동시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선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 PC선 등 대부분 선박의 선가가 상승하고 있어 한 달내로 신조선가지수 상승이 예상된다”며 “선가 상승은 하반기 국내 빅3 조선사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장조사를 하기 위한 거짓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 실제발주와 연결되는 문의가 많아져 조선시황이 어느 정도 기지개를 펴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매년 올해는 괜찮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심리는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전망을 확실히 알 수 없어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고 밝혔다.
세계 선박 발주량 전년比 39.5% ↑
2008년 이후 조선·해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년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1666만CGT로 전년동기대비(1194만CGT)대비 39.5% 증가해 조선시황 회복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반기 세계 선박 건조량은 1973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33.6% 감소했다. 이중 우리나라는 692만CGT를 건조, 점유율 35%로 선두를 차지했다.
발주된 신조선의 주요 선종별 내역은 건화물선 296척, 유조선 132척, 컨테이너선 158척으로 집계됐다. 이 해운 주요 3부문 선종이 전체의 거의 70%를 차지했다. 가스선은 49척, 오프쇼어 관련은 89척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 부문에서 눈에 띈 것은 벌크선 케이프사이즈선박이 65척을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VLOC(초대형광석선) 22척을 더하면 철강원료선은 87척으로 늘어났다. 대형 핸디막스벌크선인 수프라막스와 핸디막스는 합해서 99척이었다. 일본 뿐 아니라 중국조선소도 수주에 박차를 가하면서 발주량은 최근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핸디사이즈 벌크선 68척, 포스트파나막스벌크선 7척, 캄사르막스 벌크선 10척 핸디사이즈 벌크선 68척이었다. 나머지는 일반화물 및 소형 벌크선 등이다.
컨테이너선은 1만8000TEU급 11척, 1만4000TEU급 21척이 상반기 발주 명단에 올랐다. 가장 발주 척수가 많은 선형은 9000TEU 전후로, 8000~1만TEU 미만 선박의 신조 발주는 64척에 달했다.
국내조선소는 탱커, 대형컨테이너선, LNG운반선, 해양플랜트 등에서 수주강세를 보였다. 탱커는 세계 발주량 140척 중 85척을, 대형 컨테이너선은 43척 중 26척, LNG운반선은 21척 중 12척을 수주했다.
전년도에 사라졌던 고효율선박 투자를 위한 컨테이너선의 신규수주도 금년도에 다시 살아나면서 수주량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제품운반선이 비전통오일의 제품화와 교역량 증가에 따라 시황 개선움직임을 보이며 수주량 증가를 나타냈고 전년 상반기 대비 128%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 다각적으로 수주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고부가가치인 LNG선과 대형컨테이선 수주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히며 “최근 미국에서 셰일가스, 타이트오일 개발과 관련해 연료운반을 해야 할 LNG선 수주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셰일가스 물량과 미국 내 수요 대체에 따른 해상물동량 증가로 LNG선 신조시장은 꾸준한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국내대형조선, “에코십으로 독주체제 이어간다”
최근 IMO(국제해사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요 조선소에서 인도한 선박이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선박보다 연료 소모량이 17%나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비용에 민감한 선주는 연비격차로 인해 신조선가가 싼 중국선박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한국 선박을 더욱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IMO의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환경유해물질에 대한 본격적 규제를 앞둔 시점에 친환경선박의 중요성은 증가추세에 있다. 한국은 이미 IMO규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기술개발에 착수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해 해외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중국선사 CSCL은 현대중공업에 18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통상 자국 조선소에 발주를 하는 중국이지만 현대중공업의 고연비 기술 앞에 ‘국수국조’가 무너진 셈이다. 이밖에 세계최대 컨테이너선사 머스크라인 또한 중국으로 선박을 발주한 사례가 거의 없으며 지난 10년간 선대의 연료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주목해왔다.
일본 이마바리 조선도 자국 선사 K라인으로부터 1만4천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5척 수주했다. 일본 조선업계가 자국 발주수요를 바탕으로 초대형 에코십을 수주했지만 한국과의 6년가량 수주시점의 차이가 있으며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설계경험이 없다. 따라서 인도 이후 운항성능이 증명되기 전까지 일본의 에코십이 한국보다 우수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 에코십은 연비의 상대경쟁이며 조선소의 설계능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에 대한 해외 선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신선형과 친환경 엔진, 스마트십 개발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력 확보로 시장선도 및 고객만족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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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시황과 조선시황의 사이클은 또 한 번 달라지고 있으며 에코십, 그리고 ‘연비’가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배출규제지역(ECA)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선박 추진연료의 황 함유량이 0.1% 이하로 제한된다. `2020년 이후에는 모든 지역에서 선박 추진연료의 황 함유량은 0.5% 이하로 제한된다.
SOx(황산화물) 규제가 강화되면 선박 추진연료는 가격이 더 비싼 경유를 사용해야한다. `2016년에는 NOx Tier III(질소산화물 대기오염방지 3차규제)가 발효될 예정이다. 환경규제가 강해질수록 연료비 부담은 늘어날 것이므로 연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주되는 에코십 컨테이너선은 10년이 지나도 안정된 가격으로 되팔 수 있고, 현재 신조선가가 최저점에서 오르는 추세라 선주입장에서는 감춰둔 발주 카드를 뽑아들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선주들의 친환경 고연비와 관련한 에코십 수주문의가 늘고 있고 세계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중국과 일본에 비해 국내조선시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경제에 이어 해운업계가 호황을 이뤄야 조선업계도 살 수 있다”고 밝히며 “섣부른 추측이지만 하반기 조선시황은 급격한 증가세가 아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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