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 관세국이 도입하려고 하는“수입 해상화물의 사전 전자신고제도”이른바 “일본판 24시간 룰”에 대해선 그 목적의 불명료함이 누차 지적됐으나, 또 하나의 개념은 이것을 그대로 도입하면 일본의 국제정기선 분야에서 “고속훼리”에 의한 항공수송에 가까운 매우 고품질의 서비스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일본판 24시간 룰이란, 문자 그대로 수입 해상화물을 현지 항구에서 선적하기 24시간 전까지 일본 세관에 상세 적하목록을 전자신고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룰이 그대로 적용되면 사활문제가 제기되는 위기감에 휩싸인 정기선업자가 있다. 일본과 중국· 한국 간 항로에 고속훼리를 투입해 컨테이너와 차량· 건축기기 등의 Ro-Ro화물을 수송하는 훼리업계다.
왜일까? 한마디로 수송 리드타임이 일중 간에서 2배 가까이, 한일 간이면 3배나 돼 그들의 판매상품인 최고속 수송· 신속통관· 즉시인도라는 이른바 “핫 딜리버리 서비스”가 전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상품판매를 중단하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실제 상하이 ~ 하카다 간 서비스 중인 모 훼리사의 경우, 상하이를 출항하고 나서 하카다에 입항하기까지의 해상수송시간은 불과 28시간이다. 또 현지에서 선적을 시작하고 나서 일본측에서 화물을 인도하기까지의 시간도 겨우 38시간이다.
그런데 상하이에서 선적하기 24시간 전까지 적하목록을 신고하라고 한다면 28시간의 해상수송을 하기 위해 화물을 24시간이나 현지 컨테이너야드에 쓸데없이 쌓아드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터무니없는 얘기가 있을 수 있을까?
앞에서 말한 훼리회사에서의 통관신고 상황을 살펴보면 동사 훼리의 상하이 출항은 한밤 중인 오전 2시경. 이 직전까지 선적해서 겨우 화물이 확정돼 탑재구를 닫는다.
그전인 16:30 ~ 20시경은 수출허가서류는 준비돼 있으나 적하목록 데이터가 전부 정리되는 것은 출항 후인 아침 10시경으로 즉 동훼리가 일본에 입항하기 12 ~ 14시간 전쯤에 통관시스템 NACCS에 데이터를 보낸다. 도착하면 즉시 신고, 세관의 수입허가가 내려져 아침 9시전에는 화물 인도라는 스피드방식이다.
이것은 일본이 자랑하는 고품질 국제수송서비스라 해도 된다. 이들 국제훼리업자는 수요가 안정되지 않은 여객에 의존하지 않고 화물을 우선해 취급하거나 또는 화물만을 운송하는 훼리도 있다.
또 정확한 시간 운항을 가능케하는 고속훼리사들이 개발한 것이 이 핫 딜리버리 서비스(HDS)다. 이들이 노리는 점은 한국· 중국 간 항공화물 시장에서 항공수송보다 저렴하고 해상수송보다 빠르다는 것이 영업포인트다. 이 서비스를 전략상품으로서 이용· 판매하는 포워더도 많다.
특히 채소, 과일, 어패류 등의 신선식품과 전자부품, 또는 패션의류 등의 업계가 그 고속성과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방식을 평가해 로지스틱스의 중요한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다.
훼리업계 관계자들은 이 룰이 일중, 한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면 이제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까지 단언하고 있다.
그 같은 훼리업계의 위기의식을 더욱 부채질한 것이 일본 선주협회가 관세국 공청회에서 “24시간 룰은 근해항로에도 동일하고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전에도 설명했으나 외국의 24시간 룰에서는 “국내행 최종항에서의 선적 전에 신고한다”라고 돼 있어 그것을 그대로 일본판에도 적용하면 유럽으로부터의 화물이더라도 부산 등 근해 여러 항에서 환적해 일본에 가지고 올 경우 유럽측이 아닌 부산항 환적 시점에서 데이터 송신하면 되게 된다.
실제로 EU의 24시간 룰이면 그 반대로 홍콩, 상하이 근처에서 환적해 가지고 오는 케이스에서는 화물이 “일본을 출항하고 나서부터”수일 후에 천천히 데이터 송신하면 되기 때문에 룰은 없는 것과 같다.
일본선주협회는 동일한 일이 일본판 24시간 룰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룰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에 부산 환적 화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일본 추월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요즘 일본 항만과 일본 직항 서비스의 쇠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우려가 크다.
또 24기간 룰을 최초로 도입한 미국에서도 근해항로에 특별조치, 또는 적용제외 조치는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하나의 근거이다.
그러나 일본선주협회의 주장은 조금 이상하다.
근해에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주장하기보다 일본선주협회는 환적화물도 출발항에서의 선적 전에 적하목록을 송신하라고 조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부산 환적이 증가하거나 일본 직항이 감소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유로 24시간 룰로 인해 새삼스럽게 어떻게 변한다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근해를 특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EU와 중국, 게다가 1월부터 24시간 룰 도입 예정인 한국도 역시 근해 역내에 매우 치밀한 해상 물류망을 가지고 있어 모두 근해대책으로서 선적 24시간 전이 아닌 4시간 전이거나 국내 입항 전이라는 특별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미국이 오히려 무신경할 뿐이다.
일본선주협회에서는 일본의 근해 훼리가 운송하는 물량 등은 별게 아니라는 것일까? 분명히 훼리의 수송물량은 컨테이너화물 기준으로 20피트 환산으로 많아봐야 200개 전후다.
그러나 이 훼리를 통한 운송서비스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만큼의 운임 부담이 없으면서 신속한 배송이 필요한 상품 화주에게 강하게 지지받고 있다.
일본관세국은 지난해 11월초부터 30일에 걸쳐 이 일본판 24시간 룰의 도입을 위해 퍼블릭 코멘트를 모집했다. 훼리 각사도 물론 그들의 주장을 그곳에서 설명했고 11월 25일에는 JASTPRO의 “일본판 24시간 룰에 관한 조사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에 훼리업계 관계자 2명이 출석해 훼리 서비스의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이번 일본판 24시간 룰의 기본안을 정리한 것은 관세국의 “세관· 외국환 등 심의회의 관세분과회· 기획부회”의 “무역원활화 워킹그룹”(학자· 지식인으로 구성)인데 그 중에는 (근해에 대해는) 물류의 실태에 입각해 배려한다는 문구가 있으나 이것 가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관청과 NACCS의 형편만으로 아주 고품질의 국제물류를 훼손하거나 잃게해서는 안된다. 보안확보를 걱정한다면 AEO제도를 내실화하고 특히 근해에서 서두르는 등, 다른 수단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근해항로에 대해선 특별한 시간범위 설정이나 또는 룰의 적용 제외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새삼 주장해두고 싶다.
* 출처 : 12월19일자 일본 쉬핑가제트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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