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국내 택배시장은 변화의 시간을 거쳐, 춘
추 전국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택배 업체들이 새롭게 생겨나
고, 또 문을 닫는 등의 자리 바뀜도 심했던 시기가 바로 2000년을 전후한 국내 택배
시장이다.
지난해 택배업계는 CJ GLS의 HTH 인수, 쎄덱스의 택배시장 진출,
동부의 진출 검토 등의 이슈아래, 소형·중저가품을 중심으로 물량이 늘어나고, 단
가 하락은 계속됐다. 대형업체들간 자존심을 건 물량 전쟁 속에서 중소업체들은 살아
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펼쳤던 한 해였다.
택배화물 개당 단가는 평균치로
2,700원대를 기록했지만 기업 물량의 경우는 심하면 2,000원 대의 가격대를 보여 여
전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택배화물의 운임에 대한 수수료 단가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업체들
은 중소 인터넷 쇼핑몰을 단가하락의 주범으로 몰렸으며, 미수금이 매년 늘어나 업계
에서는 '먹튀' 로 불리고 있다. 한 대형 택배사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 대상 매출
중 상당 부분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혼란 속에 인프라 유지 능력을 잃
은 중소 택배사는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재작년 12월 이젠택배가 퇴출됐으며,
이를 인수해 지난해 시작한 WPX 택배는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그
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수치 상으로 택배시장의 물동량 및 규모는 늘
어나고 있다. 현재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택배 업체들은
약 16개사. 지난해 택배시장 규모는 약 7억 2천만 개에 이르며 매출액은 2조 3천억원
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대비 20% 정도의 증가를 보인 셈. 물론 이 같은 수
치는 소비자보호원에서 집계된 수치에 국한된 것으로 실제 시장수치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지속적인 택배시장의 확대는
온라인쇼핑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확대가 물동량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손꼽는다.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택배 이용률은 지속적인 증가세
를 보이고 있으며, 개인 고객들의 택배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서비스로 부각, 인
정되면서 이들 업체와 택배사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지금까지 일반
개인 고객들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인 택배업체 간의 서비스 향상을 누리며 동시에
그 수요를 증가시켜왔다. 하지만 물량 증가와는 별도로 개당 운임은 하락세를 계속해
서 보이고 있으며, 현 상황보다 더 내려갈 수 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
럼 대형 택배사 뿐만 아니라 중견 택배기업 모두 수익성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개당 운임 문제는 택배사 및 정부 사이에 별도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불가
결한 논의로 보인다.
개인고객 나아가 생활 필수 물류서비스로 자리하고 있
는 택배서비스가 수익성 악화로 일부 업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온라인
시장과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최근 있었던 화물연대 파업이상의 파급 결
과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몇 년간 택배시장의 변화를 보면, 그 동
안 기존 대기업, 중진기업, 소기업 체계가 무너지고 재편성이 예상되고 있다. 대형
택배 4사들의 시장 점유률은 약 3억개로 전체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점유률을 보였
다. 중견 택배기업들이 대형업체 군에 포함될 경우 물동량은 더욱 늘어나 전체 시장
의 1/3을 점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택배업계의 재편으로 인해 상, 하위 그룹간 물
동량 및 매출액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하위 그룹 운영을 더
욱 어렵게 해 시장 퇴출속도를 가속화 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배
경하에 최근 언급되는 업체간 M&A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요인이다. 이미 택배 시
장을 주시하던 몇몇 대기업들이 택배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올해 택배시장은 신
진 대형 택배기업들이 진입하여 새로운 시장경쟁체계가 갖춰질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국내 택배시장은 물동량 부분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표면적으로는 순
풍에 돛을 단것처럼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
다. 하지만 개당 운임단가가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어 매출액은 확대되고 있으
나, 전체 수익률은 점차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익률 하락에
는 여전히 시장에서의 서비스 수준이 차별화 되지 못하면서 업체간 과당 경쟁은 피
할 수 없는 국면을 연출했다.
이와 함께 하위 그룹 택배사들의 경우 여전히
천만개 수준의 물동량을 넘어서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눈이 띨 만큼의 성장속도가 떨
어져 물량 및 매출 증가세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지난해 시장에서 주목되는
점이다.
각종 부대비용 늘어나
올해 택배시장에서 가장 우려되
는 부분은 택배서비스에 필요한 각종 부대비용의 증가다. 정부의 노동 관계법이 국회
를 통과하면서 터미널 인력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부대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난해 시장의 골치거리로 작용했던 택배차량 수급부분과 배송인
력 보강전략 등에서도 요금 인상이 요원해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는 만큼 시장의 고
통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초 우려했던 유가인상부분도 특
별히 낮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따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가 떠 안아야 할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매년 지적된 저 단가 운임을 무기로 한 무차별 마케팅 역
시 대기업 택배사들이 속속 진출하게 될 경우 지난해 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으로 인
해 택배운임 상승세의 경우 별반 개선될 여지가 없을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에는 지
난해 대다수 택배사들이 대단위 터미널 확충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서 자체적인 기반
을 시설을 갖춰 물동량 확보에 나설 수 있게 된 만큼 2007년에는 이에 대한 투자비
환수를 위해서라도 치열한 물동량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이저 업체
들의 공격적 영업과 더불어 신생 대기업 택배사가 시장에서 경쟁이 가속될 경우 2006
년 택배시장 발목을 잡았던 형국은 올해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급증하고 있는 물동량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
의 택배사용 인식 변화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어 택배기업들을 더욱 수렁으로 밀
어 넣을 전망이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대다수 온라인 기업들의 경우 자체적인 가
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 놓인 택배사들과의 암묵적인 거래
를 통해 택배요금 할인에서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도 내년시장을 어둡게 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택배 관련 제도 마련 시급
택배
시장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고정적인 문제로는 수 년째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 택배
관련 법규 및 제도 미비와 각종 여건이다. 정부의 택배관련 법규 마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수 년째 택배업계에서 요청하는 개선요구가 묵살되면서 결과적으로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정절차가 시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동량 증가에 따라 신축
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택배차량 신규 증차는 여전히 예외를 인정받지 못해 2007년까
지 전면 금지돼 냉동차등의 신차 출고로 인해 택배사들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증차관련 문제를 위한‘택배·용달업계간 전략적 제휴’라
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용달차와 운전자를 택배사에서 바로 고용하여 부족한
차량과 인력을 이들을 이용해 보충한다는 것. 이에 대해 업계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
지 못하다. 단순 배달업무만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용달 인력에게 택배의 Door to
Door를 시키는 것 자체가 무리이며 배송 서비스 맨들의 확보 어려움은 운임회복이 요
원한 만큼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체 택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
로 보인다.
또한 터미널 택배분류작업 시 인력 수급의 경우도 노동법 상 최
저 임금제 실시에 따라 또 다른 비용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인력수급 어려움은 곧바
로 비용상승으로 나타나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택
배 관련 법규의 마련이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시장은 또 한번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정부의 특단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후죽순 증가
하고 있는 택배산업 진입에 관련된 부분도 적절한 규제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을 것으
로 보이며, 무한 경쟁으로 업체들을 밀어 놓은 체 수수 방관할 경우 택배서비스 대란
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 쟁탈 가속화와 운임경쟁 속에서 시설투자가 뒷받침 되지 않는 중
소형 부실 택배사들의 경우 올해에는 기업 생존 기로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문가들은 중견택배사들의 사업진행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을 맞으면서 올해에
는 대형 택배사 위주로 시장 재편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더 이상의 국내 시장 경쟁을 탈피해 과감한 해외 시장 확대가 필요
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과의 제휴 혹은 동북아시아 나라들과의 제
휴를 통한 네트워크 확보가 향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이다. 따
라서 국내 택배사들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치열해진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국제
적 택배 네트워크 확보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것도 수익률 악화로 인해 어
려움을 겪는 국내 택배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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