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2 11:34

감사원·BPA, 부산항 준설공사 예산낭비 공방

“250억 날려” vs “증심 효과 있다”
광양항 3단계 개축공사도 변칙 지적


감사원이 부산항 준설 공사에서 250억원이 넘는 예산이 낭비됐다고 지적하자 사업을 추진한 부산항만공사(BPA)가 발끈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부산항 등 4대 무역항 운영 및 유지ㆍ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부산항만공사가 부산 북항 대한통운부산국제터미널(옛 신선대부두)에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도록 수심 준설 공사를 추진했으나 안벽보강공사를 함께 진행하지 않아 사업비 253억원을 사장했다”고 지적했다.

BPA는 지난 2009년 3월30일 신선대부두에 1만TEU급 대형선박이 접안 가능하도록 증심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는 올해 10월 마무리될 예정으로 공사가 끝나면 항로와 선회장 수심은 15m에서 16m로 깊어진다. 하지만 이 부두는 항로 준설을 하더라도 접안시설을 보강하지 않으면 1만TEU급 대형선박의 접안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4천TEU급 선박을 기준으로 건설돼 안벽과 계선주(계선용 닻줄 등을 묶을 수 있도록 안벽이나 지반이 단단한 곳에 설치한 짧은 기둥)가 대형선박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BPA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안벽 등 접안시설을 보강하고자 부두운영사와 협의를 시작했으나 운영사는 부두 운영 중단에 따른 막대한 영업손실을 우려해 공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부두운영사와 접안시설 보강계획을 사전 협의해 확정된 결과에 따라 항로준설공사를 실시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사업비만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또 BPA가 최근 5년간 부산항 북항 부두에서 아스팔트 포장보수와 맨홀보수 등과 같은 13건의 공사와 건물도장 방수 타일보수 등 8건의 보수공사에 드러간 비용 83억원을 자체 처리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부두의 일상적인 유지보수는 부두 운영사에서 처리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지적에 대해 BPA는 준설된 수심은 유지되는데다 대형선박들이 부산항을 계속 기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예산 낭비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신선대부두에 1만TEU급 이상 선박이 총 9번 입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비의 경우 BPA는 항로 준설에 쓰인 60억원만을 부담했으며 안벽전면 선회장 등에 투입된 180억원은 부두 운영사에서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BPA는 "부산항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증심 준설은 꼭 필요한 사업이므로 향후 부두운영사와 지속적 협의를 통해 안벽보강공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사에선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도 예산 낭비 사례를 지적받았다. 컨공단은 지난 2009년 12월18일 광양항 3단계 2차 컨테이너부두를 일반 부두로 전환하는 115억원 규모의 포장공사를 착공했다. 공사 승인은 국토부 항만물류기획과에서 했다.

이를 두고 감사원은 이 공사는 국토부 항만정책과와 여수해양항만청으로부터 각각 항만기본계획 변경 승인 및 공사실시계획 변경승인을 받아야 하며 항만물류기획과는 사업 승인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근 여천부두에서 민간사업자가 조성하고 있는 일반부두와의 사업중복 등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아 민간사업자로의 민원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항만기본계획 변경이 곤란할 경우 공사비 장기 사장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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