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1-05 15:40

[ 기자칼럼 - 차기대통령에게 바라는 물류정책 ]

최근 모 월간지에서 대선후보들의 유통에 대한 인식도를 서면질의하여 게재
했다.
그중 물류문제에 대한 몇가지 질의사항도 있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역시 차기정권을 이끌고 갈 후보들 답게 물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
을 보여주었고, 특히 고물류비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기자는 첨부하여 대선주자들께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름아니라 현
재 대선후보들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보고 있는 SOC(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류문제는 기본적으로 SOC의 부족내지는 결여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적체, 항만지체 등 물류비 발생의 주된 원인이 SO
C부족에 있다는 것은 현정권도 인식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SOC의 확충은 재원조달과 사업의 장기성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현 정부도 이에대한 보완책으로 민자유치를 끌어내는데 노력하고 있지만 이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수익성 확보가 우선이지 공
익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심각한 재정적 위기에
놓여 있다.
기업의 투자유치도 힘들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이에대해 상당히 추상적이고, 낙관적인 응답을 하고 있는데,
기자가 보기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1년 예산에서 물류부문에 최우선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
한 발상이다. 지금과 같이 제조업의 경쟁력이 최악인 상황에서 10년 앞을
내다보고 물류부문에 주력한다면 솔직이 어불성설이다.
‘경제 살리기’의 의미가 무엇인가. 바닥으로 떨어진 생산능력을 끌어올리
는 것과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민자유치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업경쟁력이 최악인 상황에서 SOC사업과 같
은 대규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은 향후 최소한 5년간은 지속될 것이다. 이 기간은 국가경제와
기업경제의 구조재조정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비효율 구조의 개선이다. SOC문제는 비효율구조의 개선과
병행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정책우선순위에서 그 다음에 위치한다.
도로정체나 항만적체가 SOC에만 기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퍼센티지로 따
져보더라도 원인의 40%밖에는 안된다. 나머지 60%는 비효율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다.
비효율구조는 무엇인가. 예를들어 보자.
현재 제정이 추진중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등록기준 조항을 보면 당초
취지와는 달리 5톤 미만 화물차량을 증가하게 만들 소지가 많다. 즉 개별자
가용 화물자동차운전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본질적인 물류
문제가 도로정체와 개별자가운송의 과다에 있다는 점을 망각한 조항이다.
이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편적인 법적규제와 비효율
구조가 모이면 하나의 거대한 모순덩어리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
정부의 물류정책은 일단 간선운송효율화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설계획이 그렇고, 화물유통계획도 그렇다. 실질적으로 과다물류비의 원인
은 지선운송 때문이지 간선운송 때문이 아니다.
원론적으로 말해도 지선운송이 합리화되지 않으면 간선운송이 합리화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정책담당자들의 눈에는 간선운송 효율화로 인한 가시적 효
과만이 보일 뿐이다.
물류인의 한사람으로서 기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물류가 이러한 전시행정
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나 SOC사업의 경우 그동안 빈번히 사용
된 공약(空約)의 대상이며,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테마이다.
부디 이렇게 결코 간단치 않은 물류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물류대통령을 기
대해 보면서 몇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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