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28 19:35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지난 24일부터, 아시아나노조는 28일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함에 따라 항공업계의 파업 우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항공업계의 노사불안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양 항공사는 국내외 비행기 운행을 크게 축소할 수 밖에 없으며 마땅한 대체수송 수단도 없기 때문에 여름철 휴가객 및 화물 수송 등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된다.
항공안전본부와 항공업계는 파업이 현실화되면 비조합원 등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동원, 비상수송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가용가능한 인원이 제한돼 있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 '항공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파업 움직임 '가속' = 지난 24일부터 실시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찬반 투표는 28일 현재 투표율이 61%를 넘어서는 등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예년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올 임금협상에서 기본급과 비행수당 각 9.8% 인상, 상여금 50% 인상 등 총액기준 11.3%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조종사 노조 공제조합설립 등도 요구조건으로 내놓고 있다.
회사는 조종사의 평균 연봉이 기장은 1억1천만원, 부기장은 8천100만원에 이르는 고소득자인데다 이미 임금협상이 끝난 일반 직원들과 형평성을 감안, 기장의 경우 기본급 6%-비행수당 5% 인상, 부기장은 기본급 5%-비행수당 3% 인상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아시아나도 임금부문에서 회사측은 6% 정률인상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직급에 관계없이 15만-16만원 정액인상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으며 주5일제와 관련, 회사측은 개정근로기준법에 따른 월차폐지, 연차휴가 축소 등을 주장하는 반면 노조측은 기존 휴가제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조측은 또 단협상 고용안정 조항에서 '고용안정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은 노사동수 위원회에서 심의 또는 의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노사동수 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할 수 있다'로 고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항공업계 파업이 갖는 파급효과를 우려, 노조측과 최대한 협상한다는 방침이지만 양측의 의견차가 커 타결이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항공 및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들은 "올해는 노조가 상당히 강하게 나오고 있어 걱정이 크다"면서 "파업찬반 투표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대란 현실화되면 국가경제 악영향 = 항공업계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마땅한 대체수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항공 승객이나 화물의 상당부분은 당장 발이 묶이게 된다.
따라서 여름 휴가를 외국에서 보내거나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잡은 사람들의 상당수는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며 반도체, 휴대폰 등의 수.출입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등 항공대란을 겪게될 전망이다.
작년기준 하루평균 국제선 이용객수가 5만9천명에 달했고 올 상반기 364억8천만달러인 IT(정보기술) 제품 수출이 대부분 항공운송에 의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사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활동이나 수출에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항공안전본부와 항공사들은 파업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조합원 조종사나 대체인력을 최대한 가동하고 외국 항공사들에게 임시편을 최대한 투입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항공 성수기이기 때문에 외국항공사들이 한국쪽에 임시편을 투입할 수 있는 여유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비조합원 및 외국인 조종사 550여명을 최대한 가동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은 전체 운항편수의 3분의 1 가량에 불과, 상당부분 감축운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편명공유 등의 제휴를 맺고 있는 외국 항공사들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승객 및 화물 수송에 나서겠지만 외국항공사들의 좌석 등이 제한돼 있어 처리물량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항공여객 및 화물의 65-70%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항공사가 처리하고 있다"면서 "조종사는 엄격한 자격요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공사 직원들이 파업하는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항공여객 및 화물 처리에 상당부분 차질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항공사 파업이 현실화되면 제주도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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