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01 10:49

<칼럼> 해양수산부 정상호 해운물류국장

"바다와의 만남"

어제 밤에 꿈을 꾸었다. 거의 꿈을 꾸지 않는 체질인데 일요일이라 달콤한 늦잠에 취하여 꿈속을 거닐었나보다. 꿈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제 해운의 시대는 가고 해양의 시대가 되었다”라고 말하던 부분만이 선명하다.
해운은 무엇이고 해양은 또 무엇인가? 서로 같은 것이 아닌가? 희한한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여운이 남는다.
바다를 배가 떠다니고 물고기를 잡는 해운과 수산의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육지처럼 삶의 소중한 터전으로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1996년 봄꽃이 흐드러지던 오월에 YS가 부산에서 해양의 시대를 외치며 ‘해양수산부’를 출범시킨 뜻도 그러하리라 짐작된다. 어찌 보면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좁은 땅 잘린 허리를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의 몸부림이기도 할 것이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서 자란 나에게 각인된 바다에 대한 첫 기억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밤에 보는 부산 남포동 부두. 술에 취한 젊은 여인의 눈빛처럼 반짝이며 번들거리는 바다. 춤추듯이 출렁이는 여러 모양의 작은 배들과 웃고 떠들며 술잔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것은 세포 하나하나가 요동치는 젊음이었고 낭만이었으며 또한 유혹이기도 하였다.
그 후 세월이 흘러가면서 내가 만나는 바다도 달라져 갔다. 하와이 해변은 돈 냄새가 물씬거렸다. 미국 서해안 고속도로를 온 종일 달리면서 눈부신 태양아래 굽어보던 태평양. 드넓은 시원함이 온몸을 꿰뚫는 가운데 미국은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동양과 서양이 얼굴을 맞댄 보스프러스 해협의 유람선에서 음미하던 지중해. 바닥 깊은 곳에 잠겨 있는 수천년 동·서양의 피와 땀과 눈물이 가슴을 적셔왔다. 결국 바다는 인류 삶의 역사이고 현장이며 미래인 것이다.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으로 근무한지 두 달째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것저것 깊이 있게 살펴보려고 노력하였지만 아직도 너무나 부족함을 스스로 느낀다.
주어진 업무를 눈앞에 펼치고 보면 환하게 떠오르는 것보다 까맣게 어두운 부분이 많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꽉 차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하게 마음을 다잡고 결심한 것이 있다. 부임하고 사흘만에 부산항과 광양항을 둘러보러 갔을 때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항만이 중국 항만을 이기는 것은 일찍 포기하고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항만의 단순한 처리 물동량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화 같은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일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우리 역사의 핏줄 속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는 중화주의와 작은 나라 콤플렉스의 발로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물류입국(物流立國)의 슬로건은 어느 한 정부만의 화두가 아니다. 비록 몸집은 작지만 지리적으로 대륙과 바다가 교차하는 천혜의 요지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취해야 할 생존 전략이다. 역사의 큰 마디를 화려하게 장식하였던 로마, 몽골, 그리고 대영제국이 모두 그리 비옥하지 않은 땅에서 물류로 일어선 나라들인 것이다.
물류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물자와 사람 그리고 정보의 흐름이다. 닫힌 장소에 그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동서남북 사방으로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물류에 있어서는 몸집의 크기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물자와 정보가 잘 흘러가도록 가로막힌 벽을 과감하게 헐어버리는 지혜가 열쇠다.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이런 분야에서까지 중국에 뒤진다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말을 달리며 드넓은 평원을 경영하던 우리민족이 외부세계에 빗장을 걸고 움츠린 채 살았던 안타까운 시대가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다. 다양한 사고를 거부하고 오직 하나 해바라기처럼 중화를 추종하였던 닫힌 사회였다. 역사를 억지로 미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조선시대가 다시 반복될 수는 없다. 그 때의 사고와 외교, 경제, 국방이 다시 이 나라를 뒤덮어서는 안된다. 그리되면 지구상에서 우리 민족은 더 이상 없다. 만주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한(漢)족의 소수민족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도 반만년을 이어온 끈질긴 민족인 데 너무 예민하게 보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와 물자 그리고 문화가 국경을 사실상 마음대로 넘나든다. 조선이 오백년 동안이나 중국을 거의 유일한 가치기준으로 받아들였음에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대가 지금과는 달리 상호 유동성이 적은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또 태평양으로부터 밀려오는 해양문화의 영향이 약하던 때인지라 중국이 한반도에 큰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 전략적인 관점에서 중국이 볼 때 한반도는 옆구리에 들이댄 비수이다. 그들이 수천년 동안의 태도를 바꾸어 최근에 고구려를 자기들의 역사라고 강변하는 속내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작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연수 중 해남의 땅끝 마을에 들른 적이 있다. 처음이 아니었지만 남도문화라는 테마여행 길이어서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나라 육지의 끝에서 보는 바다는 마냥 푸르고 봄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대륙에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 그곳에서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발길을 멈추었으리라. 그들에게 바다는 앞을 막아서는 장벽이고 끝이었을 터였다.
그 후 이 땅에 문명이 자리잡으면서 봉화는 땅 끝 봉화대에서 시작되어 북으로 연결되었다. 이제 바다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큰 세계로 나아가는 고동이었다. 그 때 땅 끝 마을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마치 과거 조상들과 반대로 우리는 바다에서 출발하여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이 헤쳐 나아가야 하는 궤적의 중심에 물류가 있다. 그리고 동북아 물류는 바다를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바로 그 바다를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는 물류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업무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는 제대로 해낼 수가 없다. 그것은 바로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의 축소판이 아닌가? 나를 해운물류 식구로 이끈 인연의 엄중함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해운 물류에 있어서 만큼은 결코 중국에 뒤질 수가 없다. 그것은 우리민족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LOS ANGELES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President Bush 09/25 10/06 CMA CGM Korea
    Hyundai Earth 09/25 10/07 HMM
    Maersk Shivling 09/26 10/11 MSC Korea
  • BUSAN JAKART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Baltic West 09/23 10/02 Sinokor
    Sawasdee Mimosa 09/23 10/04 Heung-A
    Sawasdee Mimosa 09/23 10/05 Sinokor
  • BUSAN NHAVA SHEV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Beijing Bridge 09/23 10/10 HS SHIPPING
    Beijing Bridge 09/23 10/12 Sinokor
    Beijing Bridge 09/23 10/14 Heung-A
  • BUSAN BANGKOK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Starship Taurus 09/23 10/02 Heung-A
    Kmtc Singapore 09/23 10/02 Sinokor
    Kmtc Singapore 09/23 10/04 Heung-A
  • BUSAN DANANG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Wan Hai 288 09/26 10/02 Wan hai
    Wan Hai 287 10/03 10/09 Wan hai
    Wan Hai 287 10/04 10/10 Interasia Lines Korea
출발항
도착항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