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03 13:37
기자노트 - 낙후된 물류환경 "순응보다는 의지 가득한 개혁 필요"
낙후된 물류환경
“순응보다는 의지 가득한 개혁 필요”
■ 글·조수현 기자
출판물류계가 (주) 북센의 새로운 물류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3월 말 완공을 목표로 55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현재 파주 출판유통단지에 건립되고 있는 (주) 북센 파주물류센터는 WMS 등을 통한 과학적인 재고관리와 과거 출판물류에 비해 보다 빠른 업무처리 속도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판물류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주) 북센의 물류센터는 단지 그것만으로 관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건 아니다.
업무처리의 합리화와 소요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실내는 작업자들의 편의와 도서보존조건을 고려해 난방 등을 중앙방식으로 제공하는 공조시설을 설치하는가 하면 자연 채광을 위해 천장에 채광창을 설치했다. 이를 비롯 건물 내·외의 조경 및 인테리어까지 완벽하게 구비된 이번 새 물류센터 건립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만 있던 국내 출판물류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사실 국내 출판물류는 여타 물류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느렸다.
21C에 들어선 지금에도 출판 물류인들은 추운 겨울에도 책이 손상될 것을 염려해 작업자들은 구석에 놓여있는 난롯가에 모여 잠깐씩 손을 녹이는 정도로 따스한 난방을 대신했고, 정보화를 통한 업무처리 보다는 오랜 경험에 의한 행동으로 물류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물류의 기본 토대 중 하나인 ‘파렛트’마저 정해진 재질 내지는 정해진 규격 없이 타 규격의 파렛트를 혼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에서 수행하고 있는 ‘물류정보화’와 ‘물류표준화’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다. 실제로 A모 사의 물류담당 간부는 “물류표준화? 물류정보화? 그거 참 실현시키기 어려운 이야깁니다. 표준 파렛트를 사용해서 타 산업과의 규격 통일도 좋고 DB로 모든 상품의 데이터를 입력해서 과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건 참 좋아요. 단행본의 경우 충분히 가능하죠. 하지만 학습지의 경우 파렛트에 싣다 보면 규격이 맞지 않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적재’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됩니다. 또 학습지는 부록의 가짓수가 상당합니다. 학습지 서지를 DB입력하면 그 경우에는 부록도 또한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그러긴 참 힘들어요”라며 업무의 정보화·표준화를 힘겹다고 말했다.
또한 영세한 출판물류계의 현실도 한 몫 한다. ‘열악한’ 환경 하에서 그들은 우선 현재의 상황을 수성하며 우선적으로 수익을 늘이기 위해 그에 집중하게 된다. 투자가 뒷전으로 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이래선 안된다.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보면 낙후된 현실을 개혁하는 길은 더더욱 멀어지게 된다. “바뀌어야 산다”라는 논리는 물류 업계에서, 특히 출판 물류에서 절실해지는 논리인 것이다.
그들의 물류현장에서의 노력을 폄하할 의도는 없다. 그리고 그들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최선을 다한 그들만의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경시하고자 하는 의도는 더더욱 없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편하게, 조금 더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잠깐의 어려움을 감수하자는 것이다.
물론 ‘자금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변화를 꾀할 수 있는가?’라는 논리가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야말로 극복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수 많은 출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투자한다면 부담은 훨씬 줄어들 터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아닌 ‘현 상황에의 순응보다는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을 지향하는 물류인들의 마인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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