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7 10:00

해양강국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공급망위원회’를 구축하자

김학소 교수(본지 자문위원)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로 전 세계의 핵심적인 글로벌 공급망은 파괴적인 재편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 빠져있다. 에너지 공급망의 탈 중동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물류 경로에 대한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급망의 안보화와 블록화가 중요시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프렌드 쇼어링 현상과 자국내 생산회귀 현상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과 같은 제조 강국은 이러한 격랑 속에서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여 실시간으로 공급망 위기를 감지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특히 수출입 물동량의 98%를 차지하는 해상 공급망의 확보는 국가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단순한 해양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은 물류관리를 넘어 ‘데이터 주권’을 기반으로 한 국가 통치 시스템의 재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머스크 등 디지털 포식자들이 우리 해양산업 데이터를 잠식하는 ‘데이터 식민지화’를 저지하고, 진정한 해양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공급망위원회’를 설립하고 통합운영체제인 ‘M-POS(Maritime-integrated Platform Operating System)’ 거버넌스를 확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글로벌 공급망 데이터가 처해있는 현실을 보면 매우 위태로운 상황인데 실제로 일반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우리나라의 공급망 데이터는 부처별 칸막이에 막혀 파편화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국가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의 데이터 관리 실태는 ‘각자도생’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해양, 산업, 에너지, 외교 등 공급망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부처들의 데이터가 각자의 서버에 고립된 채 소통되지 않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현상이 심각하다.

부처 간 칸막이는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 부재로 이어진다. 홍해 사태나 중국이 일방적으로 수출을 중단하여 국가물류 중단. 국가안보위기 사태를 가져왔던 2021년의 요소수 사태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닥쳐도, 현장의 실시간 정보가 정책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편화된 정책은 위기 대응력을 상실케 할 뿐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통제능력을 저해하여 국가 생존 불능 상태를 야기한다. 더구나 이러한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은 글로벌 해양공급망의 설계 자체를 어렵게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부처별 단편적 접근을 끝내고,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를 통해 국가의 모든 공급망 데이터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야 한다. 


두 번째로 글로벌 공급망 형성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것은 ‘랜드로드’역할을 하는 항만공사와 ‘정보 사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포워더들이다. 이들은 고착화된 저성장 구조를 형성하면서 국내 해양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 의지 부족과 구조적 한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관련 산업이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항만공사(PA)는 부지 임대료 수익에 안주하는 ‘랜드로드(Landlord)’식 경영 모델에 머물러 있으며, 데이터의 주역인 TOC들에 대한 데이터를 통제하지 못함은 물론 데이터 해외 유출조차도 막지 못하고 있다. 물류의 핵심 손발 기능을 하는 포워더(운송주선인)들은 정보 공유를 기피하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운송정보, 화물정보, 단가정보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으며 아날로그 방식에 갇혀 국가적 공급망 가시성을 일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의 디지털 포식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취약하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은 공급망 전체의 가시성을 떨어뜨리고, 독자적인 공급망 설계(SCD, Supply Chain Design) 역량의 부재로 이어진다. 우리가 우리 바다의 데이터를 통합하지 못하는 사이, 구글과 아마존, 머스크 등 글로벌 디지털 포식자들은 이미 우리 항만과 물류 경로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보이지 않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해양산업은 거대 플랫폼의 단순 하청 기지로 전락할 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더 이상 글로벌 공급망 후진국 상황을 못 본 척 넘어가는 것을 탈피하여야 한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공급망위원회를 통하여 해양, 산업, 에너지, 외교가 하나로 통합되는 국가 통합 운영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즉 M-POS 거버넌스를 확립하여야 한다.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제안하는 M-POS(Maritime-integrated Platform Operating System)는 단순한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해양, 산업, 에너지, 외교 정보를 실시간으로 융합하여 최적의 국가 전략을 도출하는 ‘디지털 두뇌’인 것이다.

이러한 부처간 통합 관제시스템이 확립이야말로 세 가지 측면에서 국가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첫째, 에너지 수급 상황과 해상 물류 흐름이 자동적으로 연동되어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자동화하게 된다. 둘째, 데이터 주권의 회복으로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하던 물류 플랫폼을 국산화하여 우리 기업들이 생성한 데이터의 가치를 국가 자산화할 수 있다. 셋째, 전략적 외교 협상력의 강화에 기여하게 된다. 데이터 기반의 공급망 분석을 통해 외교적 협상 우위를 점하고, 해외 거점항만을 우리 OS 체계로 연결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속의 ‘국가공급망위원회’는 어떠한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인가? M-POS를 가동하고 부처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장관급 기구를 넘어선 대통령 직속 ‘국가공급망위원회’의 설립이 절실하다. 이 위원회는 단순히 자문을 제공하는 기구가 아니라, 공급망 관련 예산 편성권과 정책 조정권을 가진 실질적인 집행 기구여야 한다.

특히, 민간 전문가에게 실질적인 지휘권을 부여하여 관료적 관성을 타파해야 한다. 현장의 생태계를 꿰뚫는 민간의 통찰력과 정부의 행정력을 결합해 초국경적 글로벌 공급망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해양산업의 매출 규모를 미국, 중국,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과업이 되어야 한다.

현재 중국의 경우 해양산업의 매출규모가 3조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 일본, EU가 그 뒤를 뒤따르고 있다. 해양강대국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결국은 해양에서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국가적 전략으로 2035년 해양산업 매출규모를 G3국가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국가공급망위원회를 통한 데이터 통합이 실현될 때, 대한민국 해양산업은 단순 운송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된다. 초국경 글로벌 공급망 플랫폼은 전 세계 화주의 데이터를 장악하고, 금융·보험·보안이 결합된 강력한 생태계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는 목표를 명확해야 한다. 데이터 주권 회복과 글로벌 공급망 설계능력의 회복을 통해 2035년까지 대한민국의 해양산업의 매출 규모를 글로벌 톱3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 GDP 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며, 차세대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부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미국의 ‘공급망회복과 리쇼어링 전략’, 중국의 ‘쌍순환과 데이터주권전략’, 일본의 ‘경제안보 추진법과 공급망 재설계’ 등과 같이 대한민국의 경제지도에 대전환 전략을 가할 때가 되었다. 해양강국 데이터 영토의 선포를 통하여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적 생존과 직결된 ‘디지털 국권침탈’에 맞서는 국가적 독립선언과 같은 것이다.

우리의 국적선과 화물, 그리고 항만에서 발생하는 모든 디지털 정보가 생성, 유통, 가공되는 데이터 영토를 자산화하여 우리기업들이 누리게 해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쇄국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표준의 선점을 통하여 우리의 시스템을 글로벌 표준으로 수출하여 세계물류의 두뇌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영토의 확대는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물류데이터와 금융, 보험, 보안산업이 결합된 해양테크 생태계를 조성하여 수조 달러의 신시장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이제 더 이상 한반도라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될 이유가 없다. 21세기 디지털 대항해 시대에 있어 진정한 영토의 경계는 우리 자본과 기술로 통제하는 ‘데이터가 흐르는 모든 곳’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가 생성한 해양 물류 데이터가 해외 플랫폼의 서버로 무단 유출되고, 정작 우리 기업들은 그 데이터를 비싼 값에 되사오는 작금의 ‘데이터 식민지’ 상황은 국가적 치욕이자 미래 성장의 거대한 장벽이다.

따라서 대통령 직속 ‘국가공급망위원회’의 설립과 이를 구동할 ‘M-POS(National Maritime OS)’의 구축은 단순한 IT 인프라 확충이 아니다. 이것은 450년 전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했던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디지털 시대에 다시 건조하는 것과 다름없는 구국(救國)의 결단이다. 거북선이 압도적인 방어력과 화력으로 제해권을 장악했듯, M-POS는 압도적인 데이터 가시성과 공급망 설계 역량으로 글로벌 해양 패권을 탈환하는 핵심 병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에 다시 한 번 강력히 건의한다. 부처 간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이라는 낡은 관성을 과감히 타파하고, 민간의 창의적 혁신 역량과 국가의 행정력을 하나로 묶는 범국가적 컨트롤타워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데이터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타국에 맡기는 것과 같다. 지금 이 기회를 놓쳐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바다는 실질적인 지배권이 거세된 ‘껍데기만 남은 바다’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 전후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저력이 있다. 이제 그 기적의 무대를 끝없는 바다와 무한한 데이터의 세계로 넓혀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의 해양 데이터 영토를 당당히 선포하고, 바다 위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어내야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과 국가적 총력 대응만이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양 패권 국가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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