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7 18:23

부산항 사태, 크레인 붕괴 강풍과 부실시공 등 복합 작용

(부산=연합뉴스) 지난 9월 태풍 `매미'의 내습 때 부산항의 대형크레인 11기가 줄줄이 넘어진 사고는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풍과 해일에다 부두시설시공 결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17일 "크레인 붕괴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국해양연구원과 코리아테크인스펙션, 부산대 등에 의뢰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 전문기관은 이날 오후 3시 `컨'공단에서 사고원인 분석결과 보고회를 갖는다.

용역조사에 따르면 당시 신감만부두에는 초속 56m(높이 20m,크레인 하단부)~63.7m(높이 100m,크레인 상단부)의 바람이, 자성대부두에는 초속 54.4~61.9m의 바람이 각각 불었던 것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실험(시뮬레이션) 결과 추정됐다.

이는 신감만부두의 크레인 내풍(耐風)기준 초속 50m와 자성대의 기준치 49m를 각각 크게 넘어선 것이다.

또 당시 부산앞바다에는 최대 12m 높이의 파도가 일면서 만조시간과 겹쳐 1m 이상의 해일이 부두로 밀어닥쳐 신감만부두의 경우 높이 80㎝ 가량의 해일이 안벽을 넘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신감만부두의 경우 이같은 설계기준을 넘어선 강풍과 해일로 인해 106호 크레인의 바다쪽 계류장치(타이다운)가 파손되면서 크레인이 들리고 고정핀이 핀 컵을 이탈, 크레인이 궤도를 따라 밀리면서 옆에 있던 5기를 연쇄적으로 들이받아 모두 전복된 것으로 용역단은 분석했다.

자성대부두에서도 크레인 2기가 같은 상황에 놓여 옆의 크레인들을 충격해 2기가 전복되고 3기가 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용역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강풍 외에도 크레인 계류장치인 타이다운의 연결부분이 부실하게 용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컨'공단의 현장시험에서는 신감만부두 타이다운의 인발력(위로 끌어올리는 힘)이 설계치(133t)까지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법원의 의뢰를 받는 다른 전문기관의 시험에서는 일부 타이다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역단의 조사결과 붕괴된 신감만부두 크레인의 핀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가능성과 고정했더라도 쉽게 풀리는 결함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크레인 붕괴의 주 원인은 설계기준을 넘어선 강풍과 해일이지만 부두운영사의 고정소홀이나 부두시설 및 장비의 결함 등도 일정부분 사고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용역단의 결론이라고 `컨'공단은 설명했다.

그러나 계류장치 용접불량, 고정 핀 채움 허술, 고정 핀 풀림 중 어느 것이 가장 먼저 작용해 사고발생에 기여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컨'공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크레인 붕괴 원인을 둘러싼 부두운영사와 시공사, 크레인 제작사간의 책임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용역단은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크레인의 풍속설계기준을 현행 초속 50m에서 65~70m로 높이는 동시에 크레인이 들리더라도 고정 핀이 핀 컵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더 깊이 묻도록 하는 보완대책을 제시했다.

또 태풍이 불기 전에 하중 분산을 위해 와이어 로프를 이용해 크레인을 묶는 한편 크레인이 궤도를 타고 밀리지 않도록 구동바퀴에 쐐기를 설치할 것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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