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21 17:29
국내외 항공업계와 마찰
(영종도=연합뉴스) 허브공항을 지향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항공사들의 공항 이용료 인하 요구를 외면, 항공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있는 국내외 항공사들의 모임인 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21일 성명을 내고 "사스 여파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는 점을 고려해 아시아 지역 대부분 국제공항들이 공항이용료를 내리는 등 항공업계 지원조치를 내놓고 있으나, 인천국제공항은 항공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OC에 따르면 대만의 국제공항이 지난달 15일 국제선 착륙료를 6개월간 15%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마카오, 일본, 중국 등의 국제공항들이 잇따라 착륙료를 10∼30% 인하했다.
또한 이들 국가의 국제공항은 사무실 임차료를 10∼20% 내렸으며 수하물처리시스템(BHS) 등 각종 시설 사용료도 인하했다.
중국의 항공당국은 지난 19일 전격적으로 영공통과료 및 착륙료를 20% 내렸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같은 국제공항의 이용료인하 움직임과는 반대로 지난달 1일부터 탑승수속 카운터 임대료를 25%, 라운지 시설 임대료를 12∼38% 각각 인상했다.
이에 대해 AOC는 공사측에 최근 공문을 보내 "시설 사용료및 임대료 인상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착륙료 10% 인하 ▲2004년까지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인상요율 적용 유예 ▲시설 사용료 동결 등을 요구했다.
또한 국제항공운수협회(IATA)는 공사와 건교부 등 항공당국에 잇따라 공문을 보내 인천국제공항의 이용료가 다른 국가의 국제공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 항공업계 지원 방안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사는 1단계 공항 건설 투자비용에 따른 적자 재정상태를 들어 이같은 항공업계의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올해 공사가 이자부담 등 금융비용으로 768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예상되고 사스로 인해서만 400억원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며 "공사도 어려운 입장이어서 항공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도 기업이어서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개항한지 오래돼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다른 공항들과는 입장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인천국제공항이 허브공항을 지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때 국내외 항공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외국 항공사 관계자는 "사스로 인해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줄이거나 인천공항에서 철수하고 있다"며 "공사가 이번 어려움을 항공업계와 함께 해결해보려는 어떠한 전향적인 자세도 취하지 않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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