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4 14:52
장근철차장이 대한해운에 입사한건 지난 89년말, 대학졸업을 남겨둔 4학년 막바지였다. 당시엔 처음이라 해운에 대해 잘 몰랐던 그였지만 지금은 경력 14년차 베테랑이다. 대한해운은 대표적인 부정기선 업체, 현재 그는 부정기선팀에서 용선과 운송업무를 보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시황을 분석하고 시기적절하게 용선을 하는 일은 여간한 일이 아닌듯.
“용선시장은 다분히 투기성이 있어요. 마켓이 급변하는 탓에 어떻게 하면 좀 더 경쟁력 있는 용선선 확보로 고수익을 올릴지 그게 관건이죠. 시황을 읽고 단기 시장을 예측하고 또 가능하다면 장기적인 안목도 키웁니다”
그래서 장차장은 매일 마켓리포트를 보며 인덱스의 변동추이를 살피고 분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또 매일 용선시장 브로커나 그리스 등 외국선주들로부터 갖가지 정보를 입수, 감각을 유지한다. 이렇게 철저한 시장파악을 해도 업무상 애로사항은 역시 시장예측이라고 토로하는 장차장.
“세계경기가 침체한 탓에 올 1/4분기에는 마켓이 다소 불황일거라는 예상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오히려 활황이죠. 이렇게 완전히 빗나가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긴장하게 만들어요”
철저한 분석이 주가 되는 업무를 하는 그의 대학시절 전공은 뜻밖에도 불문. 대학 때는 불문학을 공부하며 인간존재에 대한 심오한 탐구도 했었던 불문학도였다고. 문학을 전공해서 일까. 장차장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다고 한다.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것도 좋지만, 일신만을 위해서 사는 것보다 다 같이 나아질 수 있는 길이 좋아요. 혼자 잘나가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한편 장차장은 선하주서비스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가 밑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선주의 경우, 비교적 고운임을 주는 업체를 찾기 마련이지만 그보다는 좋은 이미지의 믿을만한 업체에 배를 대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또 하주에게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그만의 노하우로 훌륭한 서비스를 안겨주는 것이 믿음을 주는 기본이라고.
결국 용선은 사람이 하는 것. 제아무리 컴퓨터가 분석을 한다고 해도 기계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은 법이다. 이런 때는 바로 오랜 경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쌓인 그만의 데이터가 순발력을 발휘한다. 이런 그에게 베테랑이란 호칭을 하자 그는 ‘아직 1.5바퀴밖에 못 돌았다’며 ‘2바퀴는 돌아야한다’고 겸손의 말로 되받는다. 업무경력을 ‘바퀴’로 따지는 그에게 취미를 따져 묻자 역시 마라톤이라고 한다. 마라톤은 무척 힘들긴 하지만 숨이 턱까지 차서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 그걸 이기고 더욱 달리는 과정에서 값진 것을 얻는다고.
“어떤 면에서 마라톤은 제가하는 일과 일맥상통해요. 꾸준히 시황을 관찰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기르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죠. 마라톤도 그래요, 쉼 없이 뛰면서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눈으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돼요”
업무에서도 일상에서도 마라토너의 모습을 닮은 장차장, 그는 오늘도 쉼없이 달린다.
글·박자원기자(jwpark@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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