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09 09:27
현대 상선이 올 초부터 추진해왔던 차 운반선 매각 작업이 사실상 완료됨에 따라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탄탄한 해운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대 상선이 2조 2천억 원에 달하는 장단기 부채 대부분을 상환하고 나면 현대 상선의 부채비율은 국내 해운업체의 평균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회사 매출의 20% 가량을 기여했던 차 운반선 부문을 매각하게 됨에 따라, 현대 상선은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한진 해운과 더불어 세계 10위권에 드는 대형 해운업체인 현대 상선은 사업기반도 비교적 양호해 전망 있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2년여 동안 옛 현대그룹 오너 일가의 내분과 금강산 사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현대그룹이 정몽구-정몽헌 회장 체제로 쪼개진 뒤에는 현대건설,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등 MH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현대 상선까지 동반 추락의 길을 걸었던 당시에 현대 상선의 부채비율은 1천%를 웃돌았다.
작년 10월에는 전문경영인으로 금강산 사업 철수, 계열사 지원 중단, 현대중공업 지분 매각 등 회사 자구 계획을 성실하게 추진해왔던 김충식 전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남에 따라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에 현대그룹은 서둘러 상선을 통한 계열사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해명을 했지만, 장철순 현 사장을 선임하기 까지 한달여가 걸릴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말과 올 초에 걸쳐 적선동과 무교동 사옥, 현대중공업 주식, 전용 터미널을 모두 매각할 때까지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부채비율이 1천%를 넘는데다 장단기 부채만 2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5천억 원 가량의 자금으로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핵심사업 부문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선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현대 상선의 구조조정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그룹의 ‘지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유럽 선사를 사이에 두고 우호적인 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현대차의 지원이라는 의혹도 불식시키고 9개월에 걸친 구조조정도 마무리 짓게 됐다.
현대 상선의 경영 정상화와 함께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경영 복귀 여부다. 정몽헌 회장은 지난 3월 현대 상선 주주총회에서 비 상임이사로 선임돼 2년 만에 대외 활동을 재개했다.
현대 상선이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활동 재개는 향후 경영 전면에 복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대 투신, 현대 증권, 하이닉스 등 옛 그룹 계열사 매각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전면에 나설 경우 비난 여론이 불거질 수도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복귀하게 된다면 현대 상선 대표이사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대 상선 관계자는 “경영 복귀 여부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며 “그러나 회사가 정상화되면 대주주가 책임지고 경영을 맡는 게 정석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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