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03 13:55

<수출 대표기업들 환율급락 `비상'>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 "한달 간격으로 계약을 맺는 바이어들이 중국 등으로 거래선을 바꾸고 있다(농수산물 수출업체 D사)".
"채산성이 거의 7∼8% 떨어졌다(생활용품 Y사)".
"채산성이 원가상승에 환율 하락까지 겹치면서 10%이상 하락했다(석유화학 H사)".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까지 하락하면 비상체제에 돌입해야 한다(조선 S사)". "
내수 및 해외생산 품목은 영향이 적지만 TV와 VCR는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수출이 8∼10% 감소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수출업체들의 채산성과 수출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시초가 기준으로 1달러당 1천233원을 기록, 한달 보름여 전인 지난 4월 13일(1천332원)에 비해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의 낙폭은 엔.달러나 달러.유로화에 비해도 큰 편이어서 우리 수출업체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8∼29일 주요 수출품목별 대표기업 40개사(대기업 25개사, 중소기업 15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긴급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조사 결과 채산성 측면에서 경공업은 물론 중화학 부문의 업체도 크게 악화됐다고 답했으며 특히 농수산물, 플라스틱 품목의 일부 기업은 이미 적자 수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용품 업체들의 경우 최근 한 달 여간 채산성이 6∼8% 악화됐으며 타이어, 섬유류도 크게 어려워졌고 철강도 다소 타격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 선박, 전자부품(반도체 제외), TV.VCR는 아직까지 채산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역시 악화 추세이며 경쟁력 있는 품목인 휴대폰도 환율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수출 물량측면에서도 플라스틱, 섬유류 등 경공업 분야 업체들은 현재의 수출부진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화학과 정보기술(IT) 분야 업체들도 하반기 수출부진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장기계약이 많은 철강, 타이어와 가격 경쟁력이 있는 휴대폰은 추가적인 환율 하락이 크지만 않으면 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 신승관 연구위원은 "중화학 부문 수출기업들은 작년말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달러당 1천200∼1천230원으로 원.달러 환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했지만 최근 환율 급락에 대해서는 대부분 `예상밖'이라는 반응이었다"면서 "대부분 업체가 외환시장 불안정으로 수출계약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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