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7 10:05
[현덕규변호사 새해새소망]이웃을 돌아보는 한해가 되었으면
말띠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말처럼 힘차게 도약하자는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작년 내내 계속된 경기침체를 벗어나고 싶은 바램의 표현이리라. 전문가들도 경기가 올해 후반을 고비로 회복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연초 들어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언한 미국의 행보가 국제경기의 회복에 어떤 영향을 줄지 조심스럽다. 작년에 WTO에 가입한 중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개방을 통한 실력 다지기에 나설 것이고, 우리와의 무역경쟁도 더욱 심화 될 것이다. 엔화 약세의 득실도 신중히 검토해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순히 세계적인 경기 순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고통의 과정이다. 과거 30년 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은 눈부신 것이었으나,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제 명확해 졌다. 소프트웨어, 즉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과 사고는 선진국의 모방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기본에서부터 문제를 꿰뚫어 보고 깊이 궁리(窮理)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가진 게 없을 때에는 우선 “하면 된다”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하면 된다”는 과신은 ”일단 하고 보자“로 변질되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작정 뛰기 전에 어느 방향으로 뛸 것인지 숙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훈련되지 않은 야생마로는 우승은커녕 경주도 불가능하다.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도 우리가 유독 외환위기를 혹독하게 겪은 것은 그 만큼 내실이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각 개인과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실 없이 무한경쟁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명멸해간 수많은 기업들의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한 경쟁에는 낙오하는 이웃들이 있다. 그들을 돌아보는 여유도 가져야 할 것이다. 각자의 내실을 다지고, 주변의 이웃을 돌아볼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욱 성숙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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