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공급 우위의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해상 운임 약세를 보일 거란 전망이 나왔다.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신조선 폭탄도 해운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석 삼성SDS 그룹장은 지난 1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 물류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해상 수요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문 반면 공급은 역대 최고치인 7.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며 “클락슨은 내년 해운 수요와 공급은 전년보다 각각 3.6% 6.7%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고 밝혔다.
최 그룹장은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아시아 역내 물량 증가 등이 전반적인 수요 증가를 견일할 것”이라며 “공급의 경우 선사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조 발주를 했던 많은 배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그룹장은 드류리의 글로벌 컨테이너 수요/공급 지수 전망을 인용하며 “해상 수급 지수가 2022년 4분기부터 2024년 3분기까지 수급 균형점인 100p(포인트)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거”라며 “특히 내년 수급 지수는 80 이하로 최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트국제해운협의회(BIMCO) 또한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선대 규모는 올해와 내년 각각 8% 안팎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금리, 고유가 등 거시 경제 둔화 요인에 영향 받아 수요 회복은 지연될 전망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은 내년 신조 컨테이너선 인도량이 사상 최대치인 26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21년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해운 호황 여파로 신조 발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와 내년 공급되는 신조선은 각각 7.7% 6.7% 증가한 210만TEU 260만TEU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선사들은 환경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스위스 MSC는 기존 선대의 28.3%에 이르는 150만TEU의 신조선을 도입할 예정이다. 프랑스 CMA CGM은 기존 선대의 34.4%인 120만TEU의 신조선을 발주해 2025년까지 높은 선복량 증가율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했다.
최 그룹장은 해운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운임 변동 추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그룹장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시행, 유럽연합(EU)의 해운 독점금지법 일괄 적용 면제(CBER) 폐지 등의 변수가 공급 감소로 이어져 운임이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내년 초부터 IMO의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가 본격 적용되면 D등급 또는 E등급을 받은 선박은 운항이 제한돼 공급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그룹장은 EU의 해운 독금법 면제 폐지에 대해선 “독과점하던 각각의 개별 회사들이 경쟁을 하게 되면 운임이 내려가지 않겠냐고 말하는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도 있지만 사실 이 경쟁법안을 각국 정부가 유지했던 이유는 선사들의 배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얼라이언스 체제가 깨지면 기존에 제공했던 서비스 품질이 떨어져 화주들이 배를 제때 못 구할 수 있고, 또 세관에 대한 선사들의 협상력이 전보다 낮아지면서 부대 비용이 올라 오히려 운임이 늘어날 거란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증가
불황 장기화에 직면한 해운과는 달리 내년 항공화물 운송시장은 수요 회복에 힘입어 나름대로 선방한 실적을 낼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항공협회 성연영 실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에어버스의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항공화물은 오는 2042년까지 연평균 3.2% 성장률 보이며 2019년 2500억FTK(화물톤킬로미터)에서 2042년 5200억FTK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8월 전 세계 항공화물 수요가 19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하며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FTK는 수송된 화물의 톤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값으로, 통상 항공업계에선 화물의 수송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된다.
화물기는 2020년 1990대에서 2042년 3230대로, 연평균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 실장은 항공화물 시장이 향후 20년간 동아시아-북미·유럽 구간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아시아-북미는 제조업 투자 및 아시아 중산층 증가 등의 영향으로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보다 소폭 상승하며 약보합세를 보인다는 관측이다. 성 실장은 “내년 우리나라 국제 화물은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9년보다 약 2배(104%) 늘어난 294만t에 이를 거”라 관측하며 “콜드체인 등 고부가가치 화물과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항공화물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항공화물 시장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3사가 화물사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고, 인천공항 외 지방공항 활성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LCC 3사는 중·대형 화물기 도입 등을 통해 화물 매출액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LCC들의 항공화물 비중은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3%에서 올해 누계(1~9월) 5.7% 수준까지 급성장했다.
성 실장은 지방공항의 항공화물 활성화 전략에 대해선 “올해 7월부터 김해공항 화물터미널을 재가동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다양한 국제노선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품, 신선화물 수출 등 화물 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대구와 청주공항은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제품 물량 확보를 기반으로 화물 운송을 활성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웅로직스 대표 등 국내 물류인 표창 수상 영예
한편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 31회 물류의날 기념행사는 성황리 마무리됐다. 물류의날 행사는 우리나라 79만 물류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산·학·연·관 소통과 협업의 장을 마련하고자 지난 1993년부터 국토교통부가 매년 주최되고 있다. 이날 행사엔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을 비롯해 박찬복 한국통합물류협회장 등 물류업계, 학계 전문가 약 600여명이 참석했다.
태웅로직스·국제물류협회 대표 등 국내 물류인들은 물류의날을 기념해 열린 한국물류대상 시상식에서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티엔씨글로벌 손영철 대표와 엔티엘나이가이트랜스라인코리아 황창세 대표 등 국내 포워더 인사들도 국토부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태웅로직스 한재동 대표이사는 올해 최고의 영예인 은탑 산업훈장을 단독 수훈했다. 이 훈장은 물류업계에서 15년 이상 공적을 쌓은 개인에게 주어진다. 한 대표는 아시아, 유럽 등 14개국 21개 현지 법인을 운영하며 국내 대표 3자물류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업계와 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국제물류협회 원제철 회장에겐 산업포장이 수여됐다. 원 회장은 국제물류주선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22 FIATA 부산총회 개최 등 물류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백원국 국토부 제2차관은 격려사를 통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물류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시는 79만 물류인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정부도 물류산업이 대한민국의 대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웅로직스 한재동 대표이사는 “물류업계에 몸 담은 지 올해로 만 35년이 됐는데 이번 한국물류대상 훈장 수상이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은 것으로 느껴져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기업 성장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인재 육성 등 사업 외적인 면에서도 물류 업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진해 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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