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8 09:10

기획/ 美 볼티모어 다리 붕괴 “수에즈·파나마운하 사태 수준 아냐”

HMM등 컨선사들 “대체항만 기항해 물류차질 제한적”


미국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가 국내 해운물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발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대체 항만으로 화물을 보낼 수 있어 해상운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시각이다. 

해운업계는 이번 사고가 수에즈·파나마 양대 운하의 통항 제한과 같은 물류 차질을 야기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교량 복구 기간이 길어질 경우 북미 동안 주요 항만에서 물류 적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달리>호, 2M 서비스 투입중 교량과 충돌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가 싱가포르 선주인 그레이스오션에서 용선한 1만TEU급 컨테이너선 <달리>(Dali)호는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에서 지어졌다. 

싱가포르 선박관리회사 시너지에서 관리를 맡고 있으며, 일본선급(NK)에서 선급 증서를 취득했다. 영국 브리태니어 선주배상책임보험(P&I)을 쓰고 있다. 

이 선박은 머스크와 스위스 MSC로 구성된 컨테이너선 제휴그룹(얼라이언스) 2M의 아시아-북미 동안 서비스인 ‘TP12’에 투입 중이었다. TP12는 노퍽-볼티모어-뉴어크-살랄라-콜롬보-탄중펠레파스-옌톈-샤먼-닝보-상하이-부산을 순회하는 노선이다.

<달리>호는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26일 새벽 볼티모어항에서 4679TEU를 적재하고 출항한 지 30분 만에 ‘프랜시스 스콧 브리지’ 다리와 충돌했다. 다음 기항지인 스리랑카 항만으로 가는 중이었던 걸로 파악된다. 

사고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약 20초 만에 붕괴됐다. 사고 선박은 출항한 뒤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겨 추진력과 동력을 상실해 교량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싱가포르 정부에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미국 해안경비대(USCG)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달 28일 <달리>호에 조사 요원을 파견해 정보와 서류 등의 증거를 확보하고 선장 및 선원들을 면담했다. 시너지는 사고 발생 후 당시 승선했던 선원 22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관리 대책팀을 구성했다. 시너지는 “자사의 긴급 대책반이 볼티모어에 있으며, 정보 확보와 복구 노력 등 모든 단계에서 미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티모어항, 한국-미국 ‘컨’ 물동량 2% 불과

이 사고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티모어항 임시 폐쇄에 따른 물류 차질 여파는 제한적일 거라는 게 해운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볼티모어항은 지난 한 해 약 110만TEU의 화물을 처리했다.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볼티모어항 처리량이 글로벌 물동량의 0.4%에 불과해 이번 사고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사들은 향후 볼티모어항이 정상화될 때까지 뉴욕뉴저지, 노퍽, 서배너 등의 인근 항만으로 우회할 방침이다. 현재 부산발 볼티모어행 컨테이너 서비스를 제공 중인 주요 선사는 머스크, MSC, 이스라엘 짐라인, 대만 에버그린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선사들은 사고 직후 배에 실린 화물을 인근 항만에 내려서 내륙으로 실어 날랐다. 선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재개 결정이 내려올 때까지 볼티모어행 화물을 대상으로 한 선적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운항 노선이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사들은 볼티모어항 폐쇄가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발 물량이 다른 항만에 비해 많지 않은 데다 거리가 가까운 대체 물류거점으로 화물을 보낼 수 있어 해상운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입장이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임포트지니어스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79만3000TEU를 기록, 전년 78만TEU 대비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볼티모어행 화물은 전년 8900TEU 대비 75% 폭증한 1만5600TEU로 집계됐다. 주요 품목인 즉석조리식품(밀키트), 라면 등 간편식품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전체 한국-미국 물동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다. 

반면, 동안 최대 항만인 서배너와 뉴욕뉴저지는 각각 10만6600TEU 9만2600TEU를 기록, 13.4% 11.7%의 점유율을 각각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인근 항만으로 기항지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가운데 화주들의 선적 취소율도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로 물류 변화가 크게 없다”고 말했다. 해진공 역시 “최근 수에즈·파나마 양대 운하의 통항 제한과 같은 물류 차질 또는 운임 급등을 야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적선사인 HMM 역시 볼티모어항을 기항하지 않아 교량 붕괴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HMM 관계자는 “HMM이 볼티모어항에 직접 기항하지 않고 있으며 디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도 대체 항만으로 화물을 보내고 있어 서비스 진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볼티모어항 이용하지 않아

이번 사태로 선사들과 전문가들은 북미 서안과 동안 주요 항만으로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롱비치항 무역담당자인 알렉스 체린 상무는 “볼티모어항이 폐쇄되면 화주들은 대체 항만을 모색해야 한다. 당분간 물동량이 서안과 동안 항만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체 항만인 뉴욕뉴저지항 등으로 물동량이 옮겨지면서 물류 정체가 나타날 거란 우려도 나왔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는 “인근 항만의 선박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급망에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티모어가 미국 최대 자동차 수입항만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볼티모어항은 지난 한 해 약 85만대의 자동차를 처리했다. 

이 곳을 주로 이용해 온 주요 완성차업체로는 도요타 폭스바겐 닛산 BMW 볼보 등이 있다. 국내 현대·기아자동차는 볼티모어항을 이용하지 않는다. 

볼티모어항의 석탄 수출량 역시 글로벌 물량의 3% 미만에 불과하다. 항만 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볼티모어항의 석탄 수출은 노퍽 등 다른 항만에서 대체가 가능할 전망이다. 

해진공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벌크선시장 역시 타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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