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개월이 된 가운데 서방의 대규모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한러 해상수출항로는 선방했다. 올해 상반기 위축됐던 한러항로는 7월 중순 이후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두 달 연속 물동량이 늘었다.
8월 부산항에서 극동 러시아 항만으로 수송된 화물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만4000개로, 전월보다 9.3% 늘어났다. 이 중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물동량은 전월 대비 11.1% 성장한 8000TEU, 보스토치니행은 7.1% 증가한 6000TEU였다. 9월에도 주당 3500TEU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 한러 수출항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물동량의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7월 이후 중국횡단철도(TCR)의 적체가 심화되면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화물들이 TSR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경제 제재로 신차 물량이 급감했지만 중고차 수출 물량이 늘어났다. 지난 7월 러시아로 수출된 중고차는 1892대로, 전월보다 119.2% 폭증했다. 카자흐스탄향 중고차도 700여대로 강세를 나타냈다.
한 선사 측은 “크게 위축됐던 한러항로는 하향 안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극동 러시아 항만 접안이 용이했지만, 최근 들어 보스토치니항에서 4~5일 정도 대기가 발생하는 등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PORT-MIS)에 공표된 9월 한러항로 운임은 TEU당 평균 4200달러로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을 이어갔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사태를 계기로 북극항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에서 화물선과 쇄빙선단을 구축하고 컨테이너 선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각종 자원 기반 개발과 터미널 구축을 통해 물동량을 확대하고 제품 수출 역량을 강화해 연 2억2000만t 이상의 물동량을 달성할 목표를 제시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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