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이 코로나 사태 동안 발주한 선박이 해운시장에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이 3000만TEU 고지를 넘었다. 지난 2015년 2000만TEU를 넘어선 이후 9년 만에 천만단위의 선단 확충이 이뤄졌다.
지난 일 년 간 컨테이너 선복량은 300만TEU 이상 불어났다. 선단을 100만TEU 가까이 늘린 세계 1위 스위스 MSC와 중국 코스코,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ONE 등의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 증가세를 이끌었다. 우리나라 HMM은 약 17만TEU의 발주잔량을 기록, 조만간 100만TEU 선사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8~9년새 1000만TEU씩 증가
글로벌 선사들은 컨테이너선단 확충에 꾸준히 힘을 쏟아왔다. 세계 컨테이너선대는 1997년 500만TEU에 도달했으며 10년 후인 2007년 5월에 1000만TEU를 고지를 밟았다. 이어 8년이 지난 2015년 2000만TEU를 넘어섰고 그로부터 9년여 만에 50% 이상 몸집을 불리며 3000만TEU 시대를 열어젖혔다.
선사들의 선대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전 세계 해운시장 컨테이너 선복량은 3021만2000TEU로 전년 2710만2000TEU 대비 11.5% 늘었다. 1년 새 컨테이너선단이 약 311만TEU 증가했다.
선사들은 사상 최대 해운 호황기인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확보한 막대한 실탄을 선단 확장에 투자했다. 선사들이 주문한 신조 물량은 속속 컨테이너항로에 투입되고 있다. 선사들이 이미 주문한 500만TEU 이상의 신조선이 향후 해운시장에 공급되면 선복량은 3500만TEU를 웃돌 전망이다.
20대 컨선사 선복량 2700만TEU 돌파…12%↑
세계 1위인 스위스 MSC를 필두로 20대 컨테이너선사들의 몸집은 더욱 불어났다. 20대 선사들의 선복량은 2734만4000TEU를 기록, 전년 2448만6000TEU에서 11.7% 늘었다. 전년 대비 약 300만TEU 가까이 늘면서 2700만TEU를 넘어섰다. 점유율 역시 전년 90.7%에서 0.4%포인트(p) 상승한 91.1%로 집계됐다.
MS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CGM, 코스코, 하파크로이트, ONE, 대만 에버그린 등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300만TEU를 돌파했다. 7대 선사의 선복량은 2308만TEU로 전년 2064만1000TEU와 비교해 11.8% 늘었다. 점유율은 전년 76.5%와 비교해 0.5%p 상승한 77%를 기록했다.
5대 선사로 범위를 좁히면 선복량은 전년 1738만5000TEU 대비 12% 늘어난 1946만8000TEU, 점유율은 64.5%에서 0.4%p 오른 64.9%로 각각 나타났다.
선복량 증가를 주도한 건 1위 MSC로, 1년 새 선복량이 100만TEU 가까이 폭증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단이 300만TEU 넘게 늘었는데, MSC가 3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특히 스위스 선사는 전년 18.7%에서 1.3p 상승한 20%의 점유율을 기록, 전 세계 해운시장의 5분의 1을 장악했다. 선복량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598만3000TEU를 기록했다.
2위 머스크는 점유율이 1년 전에 비해 후퇴하면서 MSC와 대조를 보였다. 머스크는 선복량이 전년 대비 5% 증가한 433만TEU였지만 점유율은 0.9%p 떨어진 14.4%에 그쳤다. 선단 확장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MSC와 달리 종합물류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머스크의 전략 차이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싱 시리드쉬핑, 선단 1년새 34% 확충…순위 3계단↑
20대 선사 중에서 대만 양밍해운을 제외한 19곳이 1년 새 선복량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선사는 20위 대만 TS라인으로 1년 전과 비교해 37% 늘어난 10만5000TEU를 기록했다. 순위도 두 계단 오르며 20위권에 진입했다.
그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 곳은 싱가포르 시리드쉬핑으로 톱 20에서 순위를 가장 많이 끌어올렸다. 싱가포르 선사의 선복량은 전년 10만9000TEU에서 34% 증가한 14만6000TEU로 집계됐다. 순위는 세 계단 상승하며 16위에 자리했다.
이 밖에 우리나라 장금상선, 하파크로이트, ONE, 이스라엘 짐라인, 대만 완하이라인, 싱가포르 PIL 등도 두 자릿수의 선복량 증가율을 보이며 전 세계 선단 증가세를 견인했다. 특히 ONE은 20% 증가한 191만6000TEU를 기록, 에버그린을 7위로 끌어내리고 순위를 맞바꿔 6위로 올라섰다.
하파크로이트는 200만TEU대에 진입했으며, 짐라인은 70만TEU대로 올라섰다. 장금상선은 16% 증가한 12만TEU, HMM은 4% 증가한 84만1000TEU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대만 양밍해운은 2% 줄어든 72만3000TEU로 20대 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선복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도 한 계단 하락해 10위가 됐다.
국적선사들의 선복량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15위 고려해운은 선복량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16만2000TEU를 기록했지만,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남성해운 천경해운은 각각 13% 11.3% 증가한 3만6000TEU 1만5000TEU를 냈다. 남성해운은 순위가 한 계단 상승했으며, 천경해운은 일곱 계단을 끌어올렸다.
SM상선과 범주해운은 소폭 줄어든 6만8500TEU 7600TEU에 각각 그치며 순위가 떨어졌다. 팬오션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하면서 순위가 세 계단 하락했다.
CMA-CGM·머스크, 2위 싸움 본격화
신조 발주는 스위스와 프랑스 선사가 주도했다. 20대 선사의 발주잔량은 전년 642만4200TEU 대비 17% 줄어든 533만TEU로, 전체 선단의 19.4%를 차지했다. 이중 MSC는 122만3300TEU를 주문, 20대 선사 발주량의 5분의 1인 23%를 기록했다.
3위 CMA-CGM과 7위 에버그린의 신조선 주문량도 각각 100만TEU 71만TEU에 달하면서 향후 선복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MA-CGM은 발주잔량이 40만TEU인 머스크와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선 대비 발주잔량 비중이 40%를 웃도는 에버그린도 향후 순위 상승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에버그린은 주문량이 71만TEU로, 신조선을 향후 모두 인도받으면 일본 ONE과 독일 하파크로이트를 밀어내고 5위로 재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HMM도 16만7000TEU의 발주잔량을 기록, 조만간 100만TEU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 대만 TS라인의 발주잔량 비중도 40%를 웃돌아 향후 선복량 증가와 순위 상승을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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