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조선소가 올해 2분기(4~6월) 매우 저조한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쓴맛을 다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남은 일감의 양을 뜻하는 수주잔량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조선사들은 역대 최저인 2018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수주잔량을 기록했다.
국내 중형조선 수주액 70% 급감
올해 2분기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 척수는 고작 2척에 불과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연수중공업 등이 포진해 있는 2분기 중견조선사 선박수주량은 전년 대비 70.3% 급감한 5만2000CGT(수정환산톤수)에 그쳤다.
대한조선이 유럽에서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한 게 리스트에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선사는 5~6월 연이은 선박 수주로 2년치의 일감을 확보하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신조선 시장의 침체에 따른 선박시장 부진으로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주액 역시 코로나19의 높은 파고를 넘지 못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2분기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70.3% 급감한 약 1억달러(약 1200억원)로 추정된다. 건조량 역시 1.9% 후퇴한 64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코로나 여파로 상반기 수주실적도 저조했다. 중형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대비 38.7% 급감한 15만7000CGT(6척)에 그쳤다. 수주액도 44.5% 급감한 2억8000만달러로 부진했다. 다만 국내 중형조선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로 전년 3.9% 대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이러한 비중의 증가가 조선업 전체의 수주 부진에 기인한 것이므로 중형조선업의 근본적 위상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상반기 중형선박시장 수주 점유율은 CGT 기준 5.2%로 2019년 3.8% 대비 1.4%포인트(p) 상승했다. 상반기 건조 척수는 전년 동기 대비 2척 적었으나 국내 중형조선사 건조 탱크선이 점차 대형화되며 톤수로는 다소 증가했다. 상반기 수주 실적은 코로나로 크게 부진한 반면, 생산활동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국내 중형사들의 수주 역시 상반기 중 크게 부진한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체 시장의 충격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수출입은행은 “한국 중형사들의 주력 선종인 탱크선시장의 수요가 다른 선종보다 감소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세계 시장의 큰 부진 속에 한국 중형사들의 수주량도 매우 적은 수준으로 점유율 상승의 의미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조선가 만족할만한 수준 아냐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건 뼈아픈 일이다. 2분기 말 남은 일감은 전년 분기 대비 14.8% 감소한 84만2000CGT로 여전히 100만CGT를 밑돌고 있다. 역대 최저인 2018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6년 1분기까지만 해도 400만CGT를 웃돌았던 수주잔량은 이듬해 1분기 150만CGT를 밑돈 데 이어 이후엔 100만CGT를 겉돌며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은 “비교적 순조로운 건조 및 인도에 비해 수주량이 극히 적어 수주잔량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업황회복의 바로미터인 신조선가도 조선사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형선박 신조선가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다. 케이프 벌크선은 1분기 25만달러에 이어 2분기 175만달러가 추가 하락하며 6월 4750만달러를 기록했다. 1850~2100TEU급 컨테이너선은 2분기 50만달러 하락한 2400만달러를, 1000~1100TEU급도 50만달러 떨어진 18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중형 액화석유가스(LPG)선은 1분기까지 전년도 가격 수준을 유지했으나 2분기 75만달러 하락해 6월 중 가격은 전년 분기 대비 1.2% 떨어진 625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밖에 113~115K급(LR2급) 중형탱크선의 월평균 신조선가는 4850만달러를 유지했다.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 ‘반토막’
코로나 여파에 글로벌 중형 선박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올 상반기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45.9% 급감한 244만CGT에 그쳤다. 2분기 실적도 30.4% 줄어든 129만CGT로 나타났다. 대형선박뿐만 아니라 중형선박 시장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운업 부진과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침체를 나타냈다. 상반기 전체 신조선 시장에서 차지하는 3대 선종 및 LPG선의 중형선박 비중은 42.4%로 CGT 기준으로 전년 동기 32.7%에 비해 다소 확대됐다.
모든 선종의 발주가 부진하나 탱크선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상반기 중형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82.1% 줄어든 12만CGT로 나타났다. 1분기 5척, 2분기 4척이 발주됐으며 9척 모두 1000~2000TEU급 미만 피더 컨테이너선으로 2000TEU 이상급 선박의 발주는 전무했다.
중형 벌크선과 탱크선 발주량 역시 전년 대비 각각 54.8% 22% 감소한 106만CGT 116만CGT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해운시장에서 저유가로 제품운반선 수요가 5월까지 증가한 영향 등으로 타 선종 대비 비교적 작은 감소폭을 나타냈다. 중형 LPG선은 전년 대비 322% 폭증한 11만CGT가 발주되며 대조를 보였다.
한편 올 상반기 중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매우 부진했다. 상반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3% 감소한 575만CGT, 2분기 발주량은 전년동기 대비 47.1% 감소한 292만 CGT 기록했다. 상반기 발주액은 전년 대비 62.3% 급감한 138억4000만달러였으며, 2분기 발주액은 전년동기 대비 40.0% 줄어든 75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상반기 중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해운시황, 조선시황이 모두 침체되며 1~2분기 연속 심각한 부진이 나타났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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