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국내에서 최초의 대형할인점으로 수십년간 유통의 대표를 맡아온 이마트가 2019년 2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꽤나 충격을 주었다. 이전에도 해외에서 잘 나간다는 유통 업체인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가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위기설이 있었지만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게 매장을 구성하고 상품들을 개발하면서 언제 위기가 있었냐는 듯 현재까지 국내 유통업의 대표자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2019년 2분기 이마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창사 이래 첫 ‘299억’ 영업적자를 찍었다. 여기서 이마트가 더욱 아프다고 느낄 수 있는 건 경제나 업황이 안 좋아서 일시적으로 생긴 적자가 아니라 소비자층의 생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불황이 오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에 강점이 있었는데 젊은 층은 물론이고 이제는 소비의 가장 큰 주체가 되는 40대 또한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니, 이마트로서는 더 이상 오프라인만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온라인 시장의 대응으로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3시간 단위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을 설정할 수도 있다) 집까지 배송해주는 ‘쓱배송’이 있다. 최근에는 무료배송을 타이틀로 한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 주문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이미지가 강해 전체 매출을 견인할 실적은 아니다.
반면, 온라인 유통의 강점을 가진 ‘쿠팡’, ‘마켓컬리’ 등은 계속해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이에 맞는 물류비의 증가로 현재까지 이익이 나지는 않지만 매출 증가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유통업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매출 기준 1조 클럽을 돌파한 쿠팡은 올해 예상 매출액은 6조 원이 넘는다. 이마트의 작년 매출액이 약 17조 정도이니 엄청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이마트는 현 상황에 대해 크게 2가지 처방을 내렸다. 첫 번째, 몸 집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창사 후 처음으로 13개의 점포를 매각한다. 매각 점포 중 하나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서부산점이 22년 만에 폐점한다. 이마트가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이 계속해서 커질 것을 대비해 몸 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두 번째, 가격을 앞세운 초저가 전략이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초저가 가격에 도전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비싸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선보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은 ‘도스코파스 와인’ 4900원, ‘다이알비누’ 3900원 그리고 ‘생수 2L×6개’ 1800원 등 비슷한 상품 대비 최대 70%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입소문이 퍼졌다. 와인은 두 달 만에 무려 71만 병이 팔려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 덕에 다른 상품도 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정제수 에탄올워셔액(1.8L) 37만 개, 온더바디 슈퍼보타닉 바디워시900ml 32만 개가 대표적이다. ‘국민’ 마케팅으로 무장한 이마트의 매출은 8~9월 잠정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2조5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초저가 마케팅이 어느 정도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다.
또한, 국민가격은 반짝 할인이 아닌 365일 내내 초저가를 유지하겠다는 뜻에서 상시적임을 강조했다. 마케팅으로 잠깐 할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1년 내내 초저가에 공급하려면 유통 구조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이런 소비자 반응에 맞춰 발 빠르게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38가지 추가했다. 현재까지 추가된 상품은 총 140개로, 올해 약 200여 개, 향후 500개 수준의 초저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의 유통 경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이 계속해서 생기는 가운데, 끊임없는 혁신으로 기업들이 중무장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과연 어느 쪽을 더 택할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통계청의 ‘2019년 2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분기 기준 32조436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 성지현 대학생기자 asda17@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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