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17 18:00
(인천=연합뉴스) 고웅석기자= 대규모 참사를 불러올 뻔한 해상 여객선 화재사고
과정에서 한 경찰관의 민첩한 판단이 여객과 승무원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한 몫을
했다.
승객과 승무원 65명을 태운 인천∼백령 항로의 초쾌속선 데모크라시2호(396t급)
에 불이 난 것은 17일 오전 8시 20분께.
당시 여객선에는 인천 중부경찰서 대청도출장소에서 근무하는 정정익(28)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1층 객실에 타고 있었다.
정 순경은 인근 소청도로 파견 근무차 출장을 가던 길이었고, 다른 경찰관 박대
형(27) 경장은 백령도에서 폭력행위 피의자 홍모(30.여)씨를 육지로 연행하던 중이
었다.
데모크라시2호가 대청도를 떠나 소청도로 가고 있을 때 정 순경은 객실 뒤쪽의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선박 후미의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이상
하게 여겼다.
기관 고장이라는 승무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검은 연기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
던 정 순경은 자칫 불이 커지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해상에서 승선원 모두가 살아남
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순경은 곧 휴대폰으로 대청도출장소에 전화를 걸어 화재 사실을 알리면서 해
군 함정에 구조를 요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이 점차 커지면서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어 오자 승객들은 비명을 지
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 순경은 박 경장과 함께 승객을 진정시키고 객실 앞쪽 출구로 차분히 대피시
켰으며, 경비 중이던 해군 함정이 연락을 받고 5분만에 이 여객선에 도착했다.
정 순경과 박 경장은 어린아이와 여자승객을 우선적으로 함정에 옮겨 태운 뒤
마지막에 함정에 올랐다.
인화성이 강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건조된 여객선은 화재 후 2시간여만
인 오전 10시 45분께 침몰했다.
정 순경은 "선체가 타면서 유독가스가 선실에 밀려 들어오자 승객들이 무척 놀
랐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해군 함정으로 대피했다"며 "시민들을 위해 마땅히 봉사해
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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