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15 16:41
(부산=연합뉴스)김상현기자 = "실습항해 마지막 단계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
고가 일어났고 바다에 빠져 있는 동안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버텼습니다. 목
숨을 구해준 중국상선과 대한민국 해군에 감사합니다"
15일 오전 침몰한 기름운반선 P-하모니호(5천544t)에는 여자의 몸으로 실습항해
에 나섰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여대생 2명이 타고 있었다.
실습항해에 나선 여대생은 목포해양대 기관과 3년 김영은(22)양과 한국해양대
운송학과 김학실(21)양.
이들은 졸업후 기간선원으로 배를 타기 위해 꼭 필요한 실습항해를 위해 지난해
8월 18일 P-하모니호 관리선사인 필오션사를 통해 P-하모니호에 6개월간 실습항해사
로 승선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인천과 울산을 오가며 별다른 사고 없이 실습항해를 하고 있었
으며 지난 항차에서 중국 다이롄(大連)을 거쳐 휘발유 6천500t을 싣고 울산에 도착
한 뒤 화물을 내리고 다시 여수로 항해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김영은양은 3기사 당직으로 기관실에 있었고 김학실양은 3항사 당직
으로 선교(브릿지)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배 뒤쪽에서 들리고 불길이 치솟자 이들은 구명장비도
챙기지 못한 채 바다에 뛰어들었고 인근에 떠있던 플라스틱 튜브에 간신히 몸을 의
지한 채 1시간 가량 물속에 떠 있었다.
선장 이창우(44.실종)씨도 이들과 함께 튜브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으나 이선장
은 물에 뛰어든 뒤 이내 탈진해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당시 사고 해상의 수온은 8℃로 일반인이 30분 이상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차가
웠으나 이들은 서로를 의지한 채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거의 의식을 잃어갈 무렵 이들에게 구조의 손길이 다가왔다.
인근을 지나던 중국선박인 가스드레곤호에서 구명정을 보내 이들을 구조한 것.
그러나 함께 튜브를 붙잡고 있던 선장 이씨는 김영은양과 김학실양이 구조된 뒤
끝내 구명정으로 옮겨타지 못하고 실종되고 말았다.
간신히 구명정에 옮겨 탄 이들은 해군 양만춘함에 의해 구조된 뒤 악몽같았던 2
시간여를 뒤로 한채 경남 진해 제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여자의 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별다른 부상없이 살아난 김영은양
은 다소 탈진한 상태며 김학실양도 폐에 물이 들어가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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