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양호한 시황을 연출했던 중동항로는 하반기 들어 상황이 급반전했다. 해운사들의 신규 서비스 개설에 따른 대형선박 투입 증가로 운임과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이 동반하락했다.
중동항로는 연초부터 선사들이 소석률을 한껏 끌어올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연휴에 발맞춰 밀어내기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덕에 선사들은 100%에 가까운 소석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발한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는 밀어내기 물량을 앞 다퉈 선적해야 하는 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진해운 침몰여파로 올해 상반기 중동항로에는 훈풍이 불었다. 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빠진 틈을 선사들이 바로 메웠다”라며 “상반기까지 안정적인 시황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을 통해 운임 정상화에 나섰다. 2월 중국 춘절을 기점으로 선복 감축에 동참한 선사들이 3~4월에도 임시휴항을 이어갔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들은 3~4월 두 달간 6000~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매주 1척씩 빼기로 했다. 화물 점유율이 높은 선사들을 중심으로 선복조절에 나섰다. 바닥수준을 보였던 중동항로 운임은 선사들의 선복 조절로 상승세를 보였다.
중동항로는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취항선사들의 소석률이 100%까지 치솟았다.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은 이번 재편을 통해 중동항로에서 약 20%의 선복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석률이 최고 수준을 보이자 화물을 선적하지 못한 화주들은 발만동동 굴렀다.
6월 중동항로에서는 카타르 단교 사태가 도마에 올랐다.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류길을 끊으며 카타르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이집트 바레인 등도 항공과 선박의 영공·영해 통과를 금지했다. 카타르를 향한 중동국가들의 단교는 지난 5월 군사학교 졸업식에서 카타르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국왕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에 대해 비판한 게 도화선이 됐다. 이번 단교 조치에 중동 취항선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카타르 하마드항 직항 서비스를 개시한 MSC는 본사에서 승인된 수송건에 대해 카타르행 화물 선적을 진행했다. 머스크라인과 에미레이트쉬핑라인(ESL)은 카타르 발착 화물의 모든 화물예약을 중단했다. OOCL과 MOL 코스코쉬핑도 카타르를 통한 해상 운송을 중단했다. 해운사들은 물류길이 막혔지만 우리나라에서 카타르로 향하는 물량이 많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반기 중동항로의 화두는 ‘운임 하락’이었다. 선사들은 하반기 들어 중동항로 운임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당 900달러선에 달했던 운임이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탓에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낮은 소석률 역시 선사들의 시황개선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3분기 들어 중동항로는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러갔다. 해운사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개설하며 화물 유치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9월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여파로 취항선사들이 사이좋게 물량을 나눠가졌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내년 중동항로 시황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의 화물 유치 경쟁이 치열해 신규 서비스 개설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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