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항로 운임이 성수기 수요에 힘입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마(魔)의 1000달러 선을 넘긴 데 이어 11월 중순 이후 운임인상이 더해져 운임이 1000달러 중반까지 넘보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에 따르면 11월10일(2주차) 상하이발 호주 멜버른향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309달러를 기록해, 전월 13일(2주차) 1020달러 대비 28.3% 급등했다. SSE가 책정한 7개년 해상운임 중 역대 최고치다. SSE 측은 “물동량이 꾸준하고 시장 기초체력이 좋다”며 “운임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스폿(현물)운임은 계속해서 상승세”라고 분석했다.
한국발 멜버른향 운임도 화주들의 러브콜에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1월17일 현재 TEU당 운임은 최대 1300달러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일부 선사는 브리즈번향 가이드 운임으로 1400달러까지 제시하고 있다.
주요 선사 관계자들은 성수기 수요 덕에 운임 상승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상승 폭이 크지 않은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1000달러 선을 넘기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수출물량이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많은 중국은 성수기나 연휴를 맞이하면 운임 등락폭이 상당하다. 하지만 한국발 물량은 본선인도(FOB)와 같은 계약화물이 많아 성수기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임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 시장의 흐름이 무너지다 보니 선사들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선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연중 TEU당 500달러의 흐름을 보이며 성수기에 반짝 운임인상이 있는 편이지만 올해는 두 달에 거쳐 900~1000달러선까지 상승했다”며 “현지 화물수요가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이런 성수기 효과가 12월 초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일부 선사는 1월 2~3주차까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항로는 통상 12월 막바지 성수기 물량을 보내고 나면 연초부터 7월까지 비수기에 접어들고, 8월부터 다시 성수기효과를 맛본다.
성수기 호재에 힘입어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에 소속된 12개 선사들은 15일 TEU당 150달러의 추가 운임인상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월을 끝으로 운임인상 계획이 없었지만 화물이 대거 선적 이월(롤오버)되면서 11월에도 임시로 요율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운임 인상의 불확실성에도 선사들은 시장에 인상분을 적용할 수 있었다.
머스크라인은 북아시아발 시드니행 FAK(품목 무차별 운임) 운임을 11월15일부터 30일까지 TEU당 1400달러로 책정했다. 업계는 지금까지 성수기 효과를 누렸다고 볼 수 있지만 선복이 유례없이 부족한 감이 있다며 12월 초까지 호황을 이어가는 건 확실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호주행 평균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성수기 효과로 17일 기준 100%를 기록했다. 일부 선사는 10월부터 화물 선적이 이월되면서, 12월 첫 출항 선박까지 화물 선적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사 관계자는 “중국발 물량이 많고 운임도 한국보다 높다보니 선주들이 선복을 중국에 대거 배정하고 있다”며 “선복부족으로 12월에도 소석률은 만재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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